두 미국 경제학자, 공저 '기울어진 교육'에서 비판

"느긋하고 때로는 방임적이기까지 했던 부모 아래서 자란 우리들이 어쩌다 헬리콥터 부모가 돼버린 것일까?"
신간 '기울어진 교육'의 두 저자가 한숨을 지으며 내던지는 질문이다.

독일 출신의 마티아스 도프케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일리노이주 에반스턴에서 살고 있고, 이탈리아 출신 파브리지오 질리보티는 예일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거주한다.

19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고국의 자유롭고 평등주의적인 문화 세례를 받으며 너그럽고 허용적인 부모 아래서 자랐다.

나중에 자신들도 아이들에게 비슷한 부모가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아이를 기르며 부모 세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식을 양육하고 있음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

이런 변화를 알려면 최근 미국 사회에서 일어난 교육 여건의 변화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를 전환점으로 날로 심해진 경제적 불평등은 그 촉매 역할을 했다.

조사 결과 가장 부유한 1%의 가구 소득은 가장 가난한 10%의 가구 소득보다 무려 38배나 많았다.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격차도 2배에 이르렀다.

소득 불평등과 교육 투자가 높아지던 시기는 미국 부모가 아이들을 성취 지향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한 때와 일치했다.

이에 저자들은 "헬리콥터 부모의 부상은 변화된 경제적 환경에 부모가 합리적으로 반응함으로써 나타난 결과"라고 말한다.

그로 인해 오늘날의 교육은 더 완벽한 '스펙'을 만들기 위한 끝없는 경쟁판이 돼버렸다.

아이들의 행복도가 뚝 떨어진 것은 물론이다.

불평등 심화하는 헬리콥터 부모의 '합리적' 선택

불평등 심화하는 헬리콥터 부모의 '합리적' 선택

불평등 심화하는 헬리콥터 부모의 '합리적' 선택

공저 '기울어진 교육'은 미국을 휩쓰는 '타이거 맘'과 '헬리콥터 부모'의 출현을 양육을 둘러싼 경제적 인센티브의 변화로 설명한다.

오늘날의 부모들은 음악 교습부터 스포츠 활동까지 온갖 교육에 아이를 등록시키고, 숙제를 제대로 했는지 일일이 검사하며, 꼬박꼬박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의 놀이 약속까지 잡아준다.

두 저자는 소득 불평등 지수의 나라별 차이와 시대에 따른 변화를 관찰하면서 이와 부모들이 택하는 양육 방식 사이에 놀라운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치동과 스카이캐슬로 대변되는 한국 교육의 과열 현상처럼, 멀쩡한 사람도 자녀 교육 문제에서만큼은 쉽게 맹목적이 됨을 깨달은 것이다.

저자들은 발달 심리학 분야의 구분에 따라 부모의 양육 태도를 독재형, 권위형, 허용형, 방임형으로 크게 나눈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일부 국가에서 '집약적 양육'이 확산하는 현상에 주목한다.

여기서 집약적 양육이란 아이에게 복종과 엄격한 통제력을 요구하는 독재형과 논리적 설득으로 아이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권위형이 결합한 양육 방식을 일컫는다.

이는 단순히 아이를 감독하고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가 학교에서 잘 생활하는지, 어떤 활동을 선택하고 어떤 친구를 만나는지까지 일일이 간여함을 뜻한다.

이 집약적 양육이 표준으로 자리 잡은 나라는 공통적으로 불평등 정도가 높고, 교육에 대한 투자 수익이 높은 나라였다.

미국의 경우 불평등이 급격히 증가한 1995년에서 2011년 사이에 권위형 부모 비중이 39%에서 53%로 증가했다.

이는 불평등 격차가 미국의 1970년대 수준에 머문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허용형 양육이 지배적인 것과 대조된다.

저자들은 집약적 양육이 자녀의 학업 성취에 미치는 효과,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증가, 그리고 양육에서 중시하는 가치관의 변화 등을 통해 오늘날 양육이 어떻게 점차 강도 높고 시간 집약적이며 통제적인 노동이 돼가는지 보여준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된다.

제1부 '불평등한 세상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나라별 불평등 지수 비교를 통해 왜 어떤 나라에서는 허용형 양육이 지배적인 데 비해 다른 나라에서는 권위적이고 독재적인 양육 현상이 나타나는지 설명하고, 2부 '이상적인 양육의 과거와 현재'에서는 시대별로 표준적인 양육 방식이 변화한 과정을 추적한다.

제3부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는 미래를 전망하며 교육 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앞으로 양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본다.

특히 '한방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입시 제도의 존재가 나라별 부모의 양육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며 아이들 사이에 기회의 불평등을 증폭하는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양육 격차를 좁힐 정책적 개입 가능성을 짚어본다.

지난 1월 '세습 중산층 사회'를 저서로 펴낸 조귀동 씨는 한국어판 추천사에서 "'기울어진 교육'은 대치동으로 상징되는 중상위 계층 부모의 교육열이 한국만의 특수한 문화 현상이 아니라 경제적 인센티브에 따른 대응이라고 말한다"며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수익성이 높아질수록 자녀 양육은 강도 높고 집약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메디치미디어. 김승진 옮김. 512쪽. 2만3천원.
불평등 심화하는 헬리콥터 부모의 '합리적' 선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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