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지음 / 유강은 옮김
김영사 / 472쪽│1만8500원

'아웃라이어' 저자 말콤 글래드웰
"우리 능력의 한계 인정하고
낯선 이에게 겸손하게 다가가야"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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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개통 후 1500명이 넘는 사람이 그곳에서 뛰어내려 삶을 마감했다. 여기에 자살 방지 구조물을 설치하면 자살을 줄일 수 있을까. 미국인 4명 중 3명은 “다른 방식으로 자살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리학자 리처드 사이던은 1937년부터 1978년까지 다리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던 515명을 추적조사했다. 그들 중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25명에 불과했다. 금문교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자전거 보호 난간을 만들고 중앙분리대를 세우는 데 수백만달러를 들였다. 하지만 자살 방지 구조물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2018년이 돼서였다.

말콤 글래드웰은 《타인의 해석》에서 우리가 낯선 사람과 마주할 때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로 ‘결합’을 설명하면서 이 사례를 든다. 많은 사람은 ‘자살’이라는 행동이 ‘금문교’라는 장소와 ‘결합’될 수 있음을 간과한다. 글래드웰은 “낯선 사람이 움직이는 배경이 되는 ‘맥락’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해 문제가 위기로 확대된다”고 지적한다.

[책마을] '행동의 맥락' 간과하면 문제가 위기로 커진다

글래드웰은 언론인 출신의 베스트셀러 저자다. 《아웃라이어》 《티핑 포인트》 《블링크》 등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책은 치밀한 취재를 기반으로 한 사례가 중심에 있다.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명료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주제에 맞는 방향으로 엮어 깊은 통찰을 이끌어낸다. 그의 솜씨는 여전하다. 이 책도 흥미로운 일화와 가용할 수 있는 정보들을 치밀하게 구성하고 적절하게 버무려 몰입도를 높인다.

그가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낯선 사람과의 소통’이다. 우리가 상대의 언어와 의도를 읽는 데 왜 그렇게 서툴고, 그 서투름을 인지하지 못하는지를 파고든다. 그 이유로 제시하는 세 가지 오류 중 하나가 ‘결합’이다. 다른 하나는 ‘진실의 기본값’이다. 다른 사람이 정직할 것이라는 가정에 사로잡혀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고 두둔하는 것이다. 대학 풋볼팀의 코치가 소아성애자로 밝혀지고, 미국 CIA에서 쿠바를 위해 일해온 스파이의 정체가 드러나는 데 10년이 넘게 걸린 이유다.

나머지 하나는 ‘투명성에 대한 믿음’이다. 사람들의 인상과 표정, 행동 같은 외적인 요소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마음이 일치할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저자는 “투명성은 일종의 신화로, TV를 지나치게 많이 보고 소설을 너무 많이 읽으면서 주워들은 관념”이라며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의 의미 중 하나는 그의 감정 표현이 얼마나 특이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서술한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얼마나 황당하고 힘들고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는지, 저자는 세 가지 오류를 중심으로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간다.

책은 하나의 사건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흑인 여성 샌드라 블랜드의 비극은 글래드웰이 이 책을 쓴 계기이기도 하다. 한 경찰관이 장을 보러 가던 블랜드의 차를 멈춰 세운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차선 변경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질문과 대답이 오가던 중 블랜드가 담배에 불을 붙였고 경찰관이 그것을 끄라고 승강이를 하다가 대화는 점점 거칠어졌다. 결국 경찰관은 전기충격기를 꺼내들었고 블랜드는 체포 후 수감됐다. 사흘 뒤 블랜드는 유치장에서 목을 맸다.

저자는 이 사건을 ‘나쁜 경찰관과 기분이 상한 젊은 흑인 여자 사이의 일’이 아니라 ‘사회가 낯선 이에게 말 거는 법을 알지 못할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우리가 한 사회로서 좀 더 사려 깊었다면, 낯선 이에게 접근하고 그를 이해하는 방법을 곰곰이 성찰하려고 했다면 블랜드가 텍사스 유치장에서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되돌아본다.

다른 사람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저자는 우선 낯선 이를 해독하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의심할 줄 알아야 하고 쉽게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낯선 이에겐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과 연결하고 사회적 통념을 동원해 이를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집단과 사회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조금은 싱겁게 느껴질 수 있는 결론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 풍성한 사례들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한 책이다. 원제는 ‘낯선 이에게 말걸기(Talking to strangers)’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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