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이 1조달러(한화 124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 각국 정부들도 적극적인 돈풀기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이 앞 다퉈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가계 소득을 보호하기 위한 대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밝혔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가져온 역대급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인 경제 정책을 포기하고 현금을 살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오후 의회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부양책을 설명하면서 "큰 숫자다. 경제에 1조달러를 투입할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놨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양책 규모가 8500억달러에서 1조2000억달러로 늘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상공인 대출에 3000억달러, 안정자금에 2000억달러, 현금지급에 2500억달러가 각각 배정돼 있으며 납세기한 연장에 따른 비용까지 하면 1조2000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오전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도 "미국인들은 지금 현금을 필요로 하고 대통령도 지금 현금을 주고 싶어한다"고 언급, 현금 지급 계획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성인 1인당 1000달러(약 124만원)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국민에게 직접 돈을 주는 '헬리콥터 머니'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영국도 3300억파운드(약 496조원)의 대출 보증 계획을 내놨다. 또 피해를 입은 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200억파운드(약 30조7000억원)의 재정 지원도 발표했다. 영국은 앞서 지난 11일 경기부양을 위해 300억파운드(45조원)의 자금 공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지금은 이데올로기나 정통성을 따질 때가 아니라 대담해질 때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낙 장관에 따르면 3300억파운드의 대출보증 규모는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전대미문의 규모다.

프랑스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선포하고 450억유로(약 62조4700억원)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프랑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경기침체에 직면했기 때문에 450억유로를 풀어 기업과 국민을 지원하겠다"며 "올해 프랑스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기업과 가계를 위한 긴급대출과 신용보증 등의 자금 지원을 위해 2000억유로(약 274조원)의 긴급지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