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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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라면의 수출 고성장세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로 K라면이 주목받은데다 코로나19 공포 속 비상식량 등으로 수요가 증가한 덕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1∼2월 누계 라면 수출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증가한 8002만달러를 기록했다.

가장 큰 라면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우 수출액이 31.9% 급증한 1725만달러로 집계됐다. 중화권인 대만(10.6%), 홍콩(49.9%)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2위와 3위 수출 시장인 미국(20.4%)과 일본(40.1%)에서도 수출액이 두자릿수 증가세를 나타냈다. 태국(79.3%)을 비롯해 베트남(45.7%), 필리핀(27.6%)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수출이 고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농림축산식품 수출이 지지부진한 데 비해 두드러지는 성과다. 같은 기간 한국의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은 10억6890만달러로 0.2% 증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對) 중국 수출액은 6.7% 감소한 1억3760만달러를 기록했다. 1월 중국 수출액이 22.5% 급감한 후 2월 들어 감소세가 줄었으나 지난해보다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의 무역과 내륙 물류 운송이 중단 및 지연된 여파다.

라면 수출 호조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K컬처와 함께 K라면의 인기가 열기를 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올라 영화 속에 등장한 '짜파구리'를 비롯해 K라면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확산하며 일부 지역에서 비상식량 수요가 발생한 점도 최근 들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과 함께 내수시장에서도 수요가 늘며 라면기업들은 바삐 대응에 나섰다. 국내 대표 라면기업 농심은 국내외 공장들을 풀가동하고 있다. 국내 공장의 경우 지난달 중순부터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주요 제품 생산량을 30%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5개 공장의 가동률을 최대 수준으로 올렸고, 해외 현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장과 중국 상하이, 선양 공장도 현재 풀가동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올 1분기 중국과 미국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성장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1분기 국내 라면 시장도 호조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국내 라면 시장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국내 라면 소비 증가와 가격 정상화 효과로 라면업체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며 "라면이 비상식량으로 분류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물량 비축의 우려가 있지만 집안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실제 소비 또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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