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재난…카뮈 '페스트' 읽기 붐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관심이 커지면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tvN 예능 프로그램 ‘요즘 책방’에서 이 소설을 최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결부해 “대중 심리를 정확히 표현한 작품”이라며 집중 조명한 이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 번역돼 출간된 한국어판 《페스트》는 모두 20여 종.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이 서점에서 《페스트》 20여 종이 3500부가량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8배 증가한 수치다. 영풍문고에서도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번역본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옮긴 민음사 판본이다. 이 책은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알라딘에서 3월 셋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2위, 소설부문 1위에 올랐고, 인터파크에서도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카뮈가 1947년 내놓은 이 소설은 ‘페스트’라는 비극의 소용돌이에 빠진 폐쇄된 도시에서 현실을 직시하며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다룬 작품이다. 공포와 죽음, 이별의 아픔 등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극한의 고통과 절망을 그려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문학평론가인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이 소설은 인간의 뛰어난 능력으로 전염병을 물리치는 영웅담은 아니지만 인간의 힘으로 차단하기 어려운 불가항력적 사태에 맞서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인간이 전염병을 이겨내기 위한 모든 수단을 쓸 때 헛된 믿음이나 감상적 좌절,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끊임없이 던져주는 작품”이라며 “냉철한 이성과 자기 제어 속에서 싸우는 법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어떤 자세를 취하고 견뎌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