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초연결 시대…디지털 소비자와 소통해야 팔린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산업의 후발업체지만 글로벌 5대 자동차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한다. 세계적인 마케팅 그루 필립 코틀러는 그 비결로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센터와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통합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한 것”을 꼽는다. ‘개방형 혁신’이란 의미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외부의 참여로 이동성과 연동성이 큰 혁신제품을 개발해 경쟁우위를 갖추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실리콘밸리에 현대벤처스를 열어 미국 사운드하운드사와 함께 라디오 오디오 알림시스템을 개발해 신형 벨로스터에 적용했다. 이스라엘 센터는 인공지능과 센싱을 포함한 미래 이동성을 개발할 예정이며, 중국 센터는 정보통신기술업계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시스코와 손잡고 자율주행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와 이동통신기기, 클라우드 시스템 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첨단 스마트 연동 제품이 될 전망이다.

코틀러가 마케팅전문가 허마원 카타자야, 후이 덴 후안과 함께 쓴 《필립 코틀러의 아시아마켓 4.0》은 디지털 시대에 경쟁 우위를 확보한 아시아 18개국 36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알리바바,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과 반얀트리, 에어아시아, 에이서, 아클레다은행 등 각 산업 분야 주요 기업을 포함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마케팅 전략을 채택했다. 제품 중심의 ‘마켓1.0’ 시대에는 사람들을 이성적으로 설득해야 했다면, 소비자 중심의 ‘마켓 2.0’ 시대에는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여 구매와 연결시켰다. 인간 중심의 ‘마켓3.0’ 시대에는 영혼의 교감을 중요하게 다뤘다면, 기술 중심의 ‘마켓 4.0’ 시대에는 디지털 혁신기술을 창의적으로 사용해야만 다양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책에 소개한 기업들은 제품 개발 과정부터 수평적이다. 고객이 제품 개발의 여러 단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고객과 기업이 제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마케팅 전략도 창의적이고 수평적이다. 서로 다른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맞춤형 마케팅을 선보인다. 가령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항공은 초저가 항공권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서 먼저 판매했다. 또 기내 디지털 결제시스템 도입과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경험 서비스를 제공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