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포장에 담긴 낡은 감성…판타지 멜로 '사랑하고 있습니까'

예쁜 팬시 상품인 줄 알고 선물 포장을 뜯었는데, 낡은 물건들로 가득하다.

이달 25일 개봉하는 로맨스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를 마주했을 때 느낌도 그렇다.

요즘 청춘남녀들의 달곰한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당혹감은 더 클 수 있다.

카페 알바생 소정(김소은)은 치매를 앓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살아간다.

소정은 카페 마스터 승재(성훈)를 짝사랑하지만, 승재는 그런 소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갑게만 대한다.

사랑도, 디저트 만들기도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소정 앞에 어느 날 사랑의 해답을 알려주는 기묘한 책이 나타나고, 그 뒤부터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예쁜 포장에 담긴 낡은 감성…판타지 멜로 '사랑하고 있습니까'

큰 줄기는 동화 같은 판타지 멜로물이다.

그러나 시류에 한참 뒤떨어진 캐릭터와 대사, 에피소드, 클리셰로 범벅돼있어 마법의 효력이 객석까지 전해지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다 보면 복고풍도 아닌 것이, 과연 21세기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다.

남녀 캐릭터부터 '공감 제로'다.

TV 예능 프로그램으로 주가를 높인 배우 성훈이 연기한 승재는 '갑질 사장'에 가까워 여심을 뒤흔들어놓기는커녕 반감을 살 정도다.

10년 전 드라마 '파스타'에서 이선균이 연기한 '버럭 셰프'처럼, 외강내유의 반전 매력을 보여주려 하지만, 이미 관객 마음이 돌아선 뒤다.

성훈 역시 최근 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영화 내용 중) 잘못하면 커뮤니티에 올라갈 만한 갑질들도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은이 연기한 소정은 전형적인 캔디형 캐릭터로 출발했다가 뒤로 갈수록 사랑 때문에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민폐 캐릭터로 바뀐다.

예쁜 포장에 담긴 낡은 감성…판타지 멜로 '사랑하고 있습니까'

주인공은 물론 도식적인 주변 인물들에다 성인지 감수성이 한참 떨어지는 대사들, 요즘 TV 드라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구태의연한 에피소드까지, 어디 하나 마음 줄 곳이 없다.

그나마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고 전미선의 연기가 잠시나마 감정을 흔든다.

김하늘·유지태 주연 판타지 멜로 '동감'(2000)으로 주목받은 김정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처럼 일상의 소중함을 힘 빼고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한중합작 프로젝트의 하나로 기획됐으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여파로 무산되면서 한국형 영화로 재탄생했다.

2017년 10월 촬영을 마쳤고, 우여곡절 끝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개봉하게 됐다.

꽁꽁 얼어붙은 극장가에 단비가 될지, 아니면 관객들로 하여금 굳이 극장을 찾아 마스크를 쓰고 봐야 하는 수고로움을 곱씹게 만들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예쁜 포장에 담긴 낡은 감성…판타지 멜로 '사랑하고 있습니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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