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5주년 기념해 일본·한국·중국·대만서 동시출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오랜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들고 돌아왔다.

550쪽이 넘는 긴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이다.

도서출판 소미미디어는 17일 이 소설을 공식 출간했다.

특히 히가시노가 작가로 데뷔한 지 35주년을 기념해 한국, 일본, 중국, 대만 4개국에서 동시에 서점에 나온 점이 눈에 띈다.

히가시노 전문 번역가인 양윤옥은 처음으로 작품이 아닌 따끈따끈한 원고를 전달받아 한국어로 옮기는 초유의 경험을 했다.

작품 내용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기밀을 유지하라는 조건도 있었다.

벌써 이순을 지나 노장이 된 히가시노는 2020년대라는 새 시대에 진입하는 감회와 함께 신세대에 보내는 메시지를 소설에 담았다고 한다.

이제는 재미와 단순한 감동을 넘어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후배들에게 전하려 했다.

사람 내면에 있는 '선한 본성'을 묘사하고 '선한 영향력'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지름 5m, 높이 20m를 넘는 거대한 '녹나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히가시노는 한국 독자에 전하는 말에서 "소원을 100% 들어주는 신비한 나무의 이야기"라며 "옆 사람과 서로 마음을 열고 만나기를 빌어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사랑하는 작가 히가시노 '녹나무의 파수꾼'으로 컴백
보는 순간 인간을 압도하는 이 나무는 실제로 영험한 존재다.

'월향 신사'의 수호신 같은 존재인데, 심지어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히가시노는 추리물 대가이지만 판타지나 멜로 드라마에서도 낭중지추처럼 재능이 드러난다.

고아 출신에 직업도 없고 절도 혐의로 유치장에 갇힌 청년 레이토는 처음 존재를 드러낸 이모의 제안으로 감옥에 가지 않는 대신 '녹나무'를 지키는 일을 맡는다.

레이토는 녹나무를 지키는 일에 시간이 갈수록 감사함을 느낀다.

레이토는 이 일을 하면서 녹나무처럼 단단한 존재로 성장해가고 인생의 비밀과 원리를 서서히 깨달아간다.

히가시노는 일본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일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에서도 인기가 많다.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1985년 '방과 후'로 에도가와 란포 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비밀',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동급생', '숙명', '라플라스의 마녀', '가면 산장 살인사건', '연애의 행방' 등 수많은 히트작을 펴냈다.

한국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문열 등을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작가로 10년 넘게 군림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