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완벽하지 않을 용기

▲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영국에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사는 일본 출신 여성이 중학생 아들의 성장 과정과 학교생활을 통해 현대 영국 사회가 직면한 차별과 다양성의 문제를 풀어낸다.

보육사이면서 작가이기도 한 저자는 아들이 '상위권 학교'로 분류되는 가톨릭계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데도 가난한 가정 출신 백인 학생이 대다수이고 '하위권'인 공립 중학교에 가기를 원했을 때 걱정이 앞섰지만, 아들의 의견을 따랐다.

저자가 '구 밑바닥 중학교'라고 부른 이 학교는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세계다.

저자의 가장 큰 걱정은 몸집이 작은 동양계 아이가 인종차별이나 폭력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겪어본 이 학교의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저자 가족이 거주한 동네도 겉으로 보기엔 그냥 '가난한 동네'지만 그 안에서도 여러 층위의 사람들이 있고 무상 급식 대상자와 중산층, 이민자와 원주민, 백인과 유색인종이 섞여 있으며 차별과 폭력의 양상도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민자와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건 또 다른 이민자이고, 식당에서 음식을 훔쳐 먹은 친구를 타이르던 아이들이 벌을 내리듯 폭력을 가하며 혐오 발언을 일삼던 아이는 '쿨하지 않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친절과 걱정을 가장한 편견을 내비치고 '정치적 올바름'과 취향의 자유를 근거로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의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차별과 다양성이라는 난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씩 돌파해나간다.

혐오 발언을 일삼는 친구에게도 손을 내밀고, 가난한 친구를 자존심 상하지 않게 도우려 애쓰며,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친구에겐 "시간을 두고 정하면 된다"고 격려한다.

저자는 "아들의 학교는 어디서부터 손대면 될지 아득할 정도의 어렵고 복잡한 이 사회의 축소판이다.

그런 학교생활에 맨몸으로 부딪치는 아이들의 무모해 보이는 용기는 외려 세태에 찌든 어른들에게 커다란 힘을 북돋워 준다"고 썼다.

다다서재. 292면. 1만4천원.
[신간]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 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 = 마르크 오제 지음, 서희정 옮김.
전통적인 장소에 대비되는 '비장소(non-places)'라는 개념으로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를 새롭게 해석해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른 인류학자가 노년에 이르러 인류학적 관점으로 쓴 행복에 관한 짧은 에세이 묶음이다.

사람들이 어떤 정황과 여건에서 행복을 또렷하고 섬세하게 감지하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문학작품, 샹송과 음식, 여행과 영화 등을 실마리 삼아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일상 속 행복은 목록이 끝이 없다.

'일상 속 행복'이란 일상에서 맛보는 행복, 다시 말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이들이 소비하는 행복이다.

또 언제나 변함없이 누리는 만남의 행복이 있다.

얼굴, 풍경, 책, 영화나 노랫가락과 만나고,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만나는 행복이다.

회귀 혹은 첫 번째 경험의 행복, 추억과 변치 않는 사랑의 행복도 있다.

이 모든 행복은 시절과 의구심과 두려움에도 행복의 창조자가 되려고 열망하는 이들에게 존재한다.

그러나 출신이나 문화, 성별과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열린 행복이자, 비루한 현실에도 착상은 언제나 새롭게 남을 저항의 행복이 있다.

저자는 이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행복들'이라고 부른다.

황소걸음. 192쪽. 1만3천500원.
[신간]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 완벽하지 않을 용기 =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동섭 옮김.
불문학을 전공한 철학자이자 사상가이며, 합기도 7단의 무도가이자 지역사회 운동가, 반전 평화주의자인 저자가 한국의 교사들과 만나 나눈 대화와 강연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비즈니스와는 다른 교육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은 책 '교사를 춤추게 하라' 등 한국어로 번역된 책 여러 권을 낸 저자는 2012년 이후 매년 한국을 방문해 교사들과 교육의 사명, 한국 교육의 나아갈 길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학교 교육이 안은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학교 교육을 시장 원리에 기초해서 말하고 사고하는 방식이라고 본다.

'사회에 나가서 도움이 되는 지식과 기술만 가르쳐라', '인문학적 교양은 실용적이지 않기 때문에 가르칠 필요가 없다', '학자가 아니라 실무 경험자를 교수로 채용해 학생에게 사회 현실을 가르쳐야 한다'와 같은 거친 요구가 재계와 정치권에서 계속 나오는데도 교육 현장이 이에 대해 좀처럼 유효한 반론을 내지 못하는 현실을 저자는 개탄한다.

그렇다고 해서 '공장 관리식' 교육을 그만두고 새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 방식을 찾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학교의 인류학적 기능은 '공동체의 차세대 구성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그들의 성숙을 지원하는 것' 단 하나뿐이라면서 이에 충실하자고 강조한다.

모든 교육사업은 '아이들의 살아가는 힘을 높일 수 있는가', '아이들의 성숙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와 같은 본질적 잣대로 옳고 그름을 논해야 하며 아이들의 상대적 우열을 가려 등급을 매기는 것과 같은 부차적인 일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에듀니티. 348쪽. 1만5천원.
[신간]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