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출을 앞둔 트랜스젠더 청소년·청년은 트랜스젠더의 사회 활동을 둘러싸고 표출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까.

자신을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이라고 생각하는 논 바이너리(non-binary) 트랜스젠더 민팽(18)씨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의 성 정체성을 가진 트랜스 여성 연(22)씨를 만났다.

'민팽'과 '연'은 이들이 SNS상에서 사용하는 활동명이다.

[SNS 세상] "사회진출을 앞둔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서울 소재 모 여자고등학교에 다니는 민팽씨는 여대 진학을 꿈꿨지만 숙명여대의 트랜스젠더 A씨 입학 논란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고 했다.

그는 "여대가 소수자 인권에 민감하다 보니 저 같은 트랜스젠더를 포용해줄 거라고 믿었어요"라고 운을 뗐다.

이어 "A씨의 입학 소식이 알려지자 SNS에서 '내시가 입학했다', '그가 범죄를 저지를 것이다' 등 각종 폭력적인 언행이 오갔어요.

이런 반응이라면 억지로 남녀 공학인 대학을 가야 하나 싶어요"라고 말했다.

연씨도 "이번 일은 저와 같은 트랜스젠더가 대대적으로 거절당한 사건이잖아요.

저희는 '벽장 속에 갇혔다'고 표현해요.

트랜스젠더는 사회 밖으로 나오지 말고, 너희들끼리 계속 안 보이는 곳에 있으라는 거죠"라고 했다.

이들은 특히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이 여성의 권리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A씨 입학에 반대했던 이들에 대해 큰 아쉬움을 표했다.

민팽씨는 "여대는 소수자를 포용하기 위한 공간인데 소수자 범주에 생물학적 여성만 포함되고, 다른 형태의 여성은 안된다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트랜스젠더와 여성 둘 다 사회적 소수자인데 약자끼리 다툴 것이 아니라 권리를 독점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SNS 세상] "사회진출을 앞둔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숙대 재학생 가운데 트랜스젠더와 탈의실, 화장실 등을 공유하면 성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연씨 등은 "트랜스젠더가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주장은 과도한 일반화"라고 반박했다.

민팽씨는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의 공포를 모르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범죄에 연루된 사례 대부분은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단순히 여장한 남자에 불과했던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트랜스젠더가 혐오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요"라고 토로했다.

그는 "'트랜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었으니까 범죄를 저지를 것이고, 신체를 훼손해서까지 자신의 성욕을 채우려 한다'라는 식의 왜곡된 시선이 우리 사회에 팽배한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준우씨도 "여성의 안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만 구성원의 조건을 생물학적 기준에 따라 구획 짓는다고 안전이 담보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소수자 집단의 안전은 '제로섬 게임'처럼 한쪽 집단의 안전을 뺏음으로써 다른 쪽이 더 안전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랜스젠더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성 정체성으로 인식되기 위해 외형적인 변화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 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가 화장을 하거나 여성의 옷을 입는 것이다.

트랜스젠더 내에서는 이를 '패싱(passing·외적 모습을 바꿈으로써 스스로 생각하는 성 정체성으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부른다.

패싱을 두고 '트랜스젠더가 기존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연씨는 "트랜스젠더의 절대적인 수가 적은 상황에서 이들이 기존 사회의 여성상이나 남성상을 강화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라며 "오히려 패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회에서 흔히 인식되는 여성, 남성의 모습을 취하는 경우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 "만약 트랜스젠더가 남성적 외모를 가지고 '여성스럽다'고 여겨지는 옷을 입거나 화장을 한다면, 오히려 사회가 규정한 여성상과 남성상을 뒤흔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SNS 세상] "사회진출을 앞둔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이들은 변희수 전 하사의 전역을 두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변 전 하사는 휴가 기간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왔지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고 강제 전역됐다.

연씨는 성전환 수술 여부가 군인의 자질을 결정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답답해했다.

민팽씨는 "변 하사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고민하다가 군대에 들어왔다고 들었어요.

성 정체성에 대해 상담할 곳이 부족했기에 군대에 있다가 그런 사태가 벌어진 거죠"라며 "청소년 시절부터 자신들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청소년 퀴어(성 소수자)들을 위한 상담 창구가 많아져야 해요"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들도 청소년·청년기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수많은 장벽을 만나야 했다고 말했다.

'커밍아웃' 이후 연씨는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물리적인 위협을 받았고, 민팽씨의 학교 상담 선생님과 어머니는 끝내 그의 성 정체성을 납득하지 못했다고 했다.

트랜스젠더 이슈를 두고 우리 사회의 반응은 냉랭했지만 그래도 이들은 사람을 마주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씨는 바텐더나 사회복지사를, 민팽씨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 모임 활동가를 꿈꾼다.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보통 학교를 자퇴하는 경우가 많아요.

모의 교실을 만들어 그런 학생들을 가르쳐주며 도움을 주고 싶어요"라고 민팽씨는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연씨도 웃으며 말했다.

"트랜스젠더 노인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하는 '불온한 당신'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요.

저도 언젠가는 저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