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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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여객 급감이 한층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저비용항공사(LCC)의 유동성 위기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9일 항공·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공항의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월 대비 47% 감소한 39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단거리 노선인 일본과 중국, 동남아 노선이 각각 55%, 77%, 40% 감소했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미주 노선이 5.6% 증가했으나 유럽은 9.4%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항공사별로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은 37%, 39% 감소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제주항공이 47% 줄었고, 진에어(-63%), 티웨이항공(-50%), 에어부산(-66%), 이스타항공(-64%)은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자료=유진투자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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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례없는 입국제한 조치로 과거 2011년 9·11 테러(-10.0%),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39.6%), 2008년 금융위기(-17.6%),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15.0%) 등 사건 당시보다도 큰 수요 충격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천공항의 2월 여객 수송실적이 41.5% 감소한 338만2000명으로 역대급 감소폭을 기록했다"며 "해외 여행수요 자체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아시아의 단거리 노선 수요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고 풀이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세계 절반에 달하는 국가에서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면서 항공사들의 어려움은 3월 들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 기준 한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곳은 총 106개 국가·지역에 달한다. 특히 입국을 막거나 한국을 떠난 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입국을 허용하는 등 입국금지가 44곳이다.

항공사들이 무급 휴직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으나 항공기 리스료와 공항시설이용료 등 고정비가 한 달에 평균 100억∼200억원에 달하는 만큼 3월에는 항공업계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사의 기재 가동률이 급락하여 고정비를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금성 자산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어, 항공사들의 유동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항공사들이 '입국 급감, 출국 불가'로 영업환경이 최악에 처했다"며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장거리 노선으로 타격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3월부터 한층 여객 수요 추락이 우려되고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일부 항공사들은 유동성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LCC의 경우, 정부의 지원 없이는 2~3개월 내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며 "부채비율이 높고 채권 롤오버(재발행)가 많이 필요한 FSC도 재무부담이 점차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3월 예약률도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돼 위축된 수요가 단기간 내에 회복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과거 사스와 메르스 당시를 돌아보면 감염병의 확산속도가 둔화되는 시점부터 2~3개월 시차를 두고 수요가 회복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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