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본 첫 집필작 tvN '방법' 화제…"히어로·오컬트·추리소설 섞었죠"
'반도'는 올여름 개봉…차기작은 웹툰 '지옥' 드라마화
영화·드라마·웹툰·애니…장르 넘나드는 이야기꾼 연상호
사람들로 붐비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무당 진경(조민수 분)이 사지가 뒤틀리고 피눈물을 흘리며 손가락이 꺾인 채 최후를 맞는다.

지난 3일 방영된 tvN 월화드라마 '방법' 8회의 엔딩 장면이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헉' 소리가 날 만큼 충격적인 비주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시청률도 바로 반응했다.

전날 4.2%에서 5.0%로 뛰어오르며 5%대에 처음 진입했다.

1회 2.5%에 비하면 배로 올랐다.

이 드라마 대본을 집필한 연상호 감독을 최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주말 심야시간대도 아닌 월·화요일 밤 9시 반에 오컬트 드라마가 편성돼 '과연 잘될까' 걱정했다"면서 "판타지물이지만 생뚱맞기보다 설득력 있게 다루고, 혐오 사회 모습 등을 그려내 시청자들이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영화 '부산행' '염력'을 연출했으며, 드라마 대본 도전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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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회로 구성된 '방법'은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 3가지만 있으면 주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10대 소녀가 정의로운 사회부 기자와 합심해 IT 대기업 뒤에 숨은 거악과 맞서 싸우는 내용을 그린다.

악귀, 무당, 굿, 퇴마의식 등은 최근 몇 년간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방법'은 그런 익숙함에다 낯설고 이질적인 요소를 더했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우리가 흔히 아는 수단과 방식이라는 의미의 방법(方法)이 아니라, 저주로 사람을 죽이는 주술을 뜻하는 방법(謗法)이다.

'방법하다' '방법사' 같은 생경한 용어들이 대사 속에 등장한다.

물론 좀비와 초능력, 사이비 종교 등을 우리 사회 현실과 접목해 이야기를 꾸려온 연 감독에게는 낯선 소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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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감독은 어릴 때부터 머릿속에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할머니가 누군가 훔쳐 간 물건을 찾으려 사람들을 방법하려고 하자, 범인이 무서워서 자백했다는 내용이에요.

전래동화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계속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방법이라는 말에 관심을 가졌죠."
그는 "한때 인터넷상에서도 '방법'(특정 인물을 공격해 사회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이 유행했는데, 누군가를 저주하는 무속적인 행위와 인터넷상 행위의 근본이 비슷하다는 점이 신기했다"고 떠올렸다.

이 작품은 다른 오컬트 드라마처럼 가톨릭 신부나 어른들이 아니라 10대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연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만화 속 히어로 캐릭터에 오컬트적 요소,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서사, 3가지를 섞어 만든 결과"라며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을 적절한 비율로 섞었을 때 유니크한 요리가 탄생한 것과 비슷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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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는 촬영 기법이나 연기적인 측면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이 꽤 있다.

1회에서 신문사 부장 김주환(최병모)이 방법을 당해 사지가 뒤틀린 채 처참하게 죽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부산행'에서 좀비 움직임을 구현한 안무가 조언 등 여러 아이디어를 취합해 탄생한 장면이다.

8회 지하철 엔딩신도 영화 같은 장면으로 꼽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사태가 확산하기 직전에 가까스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연 감독은 "마지막 회에서도 시각적으로 엄청난 신들이 몇 개 있다"고 귀띔했다.

'방법'은 영화 및 드라마 시즌 2로도 제작된다.

영화는 드라마 시즌 1을 잇는 내용이 담기며, 시즌 2는 영화의 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드라마→영화→드라마 순으로 매체를 바꿔가며 '방법' 세계관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영화 메가폰은 드라마 연출을 맡은 김용완 PD가 잡는다.

대본 집필을 끝낸 연 감독은 올여름 개봉하는 영화 '반도' 후반 작업에 매진 중이다.

앞서 현재 연재 중인 네이버 웹툰 '지옥'의 집필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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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저승사자가 출몰하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로, 연 감독이 글을 쓰고 웹툰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그린다.

'반도'는 2016년 1천만명을 불러모은 '부산행'의 4년 후 이야기를 다룬다.

연 감독은 "'부산행'과 캐릭터의 연결성이 없다 보니 색깔은 전혀 다르다"면서 "폐허가 된 도시가 배경인 만큼 컴퓨터그래픽(CG) 분량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자유자재 넘나들며 '멀티 능력'을 뽐내는 연 감독은 원래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장편 데뷔작 '부산행' 이전에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서울역'(2016) 등을 선보였다.

연 감독은 "플랫폼이 범람하는 시대인 만큼, 각각의 플랫폼 특성에 맞게 기획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음 작품은 어떤 플랫폼에서 나올까.

연 감독은 "웹툰 '지옥'을 영화 같은 드라마로 만들 계획"이라며 "4월 초에 공식 발표한다"고 귀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