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서울 영등포구 사설 구급차 업체에서 일하는 정모(50대)씨가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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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환자들을 매일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정부에서 지원을 안 해주면 무서워서 환자를 어떻게 이송하나요.

"
서울 영등포구 한 사설 구급차 업체에서 일하는 정모(50대)씨는 요즘 환자를 이송하러 출동할 때마다 불안하다.

신고 상황부터 감염보호복으로 중무장해 출동할 수 있는 119 구조대원들과 달리 정씨에게 보호장비라고는 마스크 한 장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주로 요양병원과 일반병원 간 환자를 이송하는 정씨는 요양병원에서 나오는 발열 환자, 폐렴 환자들을 이송하는 경우 행여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일까 봐 덜컥 겁이 나곤 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유행했을 때 보건소에서 보호복과 고글 등을 받은 기억을 더듬어 관할 보건소에 문의했더니 물량이 부족할뿐더러 서울시가 관련 예산 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요즘엔 유일한 보호막인 마스크조차 구하기 힘들어 환자를 이송한 후 병원에 비치된 일회용 마스크를 하나씩 얻어 쓰는 경우가 잦다.

정씨는 "요양병원에서 나오는 환자들을 이송할 때 코로나 감염인지 단순 발열인지 알지 못하니 더욱 불안하다"며 "폐렴 증상으로 구급차를 이용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럴 땐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도 지원이 안 돼 병원에서 눈치 보며 얻어온 일회용 마스크 하나만 달랑 쓰고 일한다"며 "특수차량별로 감염보호복을 적어도 두 개씩은 지급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OK!제보] "보호복도 없이 달랑 마스크 하나"…불안한 사설구급대원
이에 대해 서울시 민경일 응급의료관리팀장은 "코로나 확진 환자나 의사(의심) 환자의 이송은 보건소나 119구급차에서 전담하고 있다"며 "사설 구급차 업체는 코로나 관련 이송체계에서 제외돼있어 보호복과 같은 장비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씨는 사설 구급차가 이송하는 발열, 폐렴 환자 등이 코로나 19와 관련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씨는 "이송하는 환자 중 발열, 폐렴 환자가 있는데 이들이 확진 환자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느냐"며 "요양병원에서 무턱대고 사설업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대응 지침'에서는 의심 환자로 분류되더라도 보건소나 119구급차 지원이 어려운 경우 자차, 도보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코로나 감염 환자가 사설 구급차를 부를 수도 있다.

서울 동작구 한 사설 구급차 업체에서 일하는 양상현(가명)씨도 "코로나 의심 환자가 불안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 보건소로 이동한 사례도 있다"며 "그런 분이 사설 구급차 업체를 불렀으면 우리 대원들은 아무런 방비 없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특정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사설 구급차 업체인 만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심각)인 기간만이라도 최소한의 방호 장비가 일괄적으로 지급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사설 구급차 업체는 보건소와 계약을 맺고 코로나 의사 환자 이송, 검체 운반 등 관련 업무를 돕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씨는 "보건소가 채취한 검체를 운반할 때 우리 업체를 이용했는데 본인들은 보호복으로 중무장하고 우리 대원에게는 아무것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해당 검사물 중에는 확진자가 나온 기관 것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대원은 무슨 죄냐"고 토로했다.

양씨가 협력한 서울 한 보건소 감염병관리팀 관계자는 "채취한 검체를 운반할 때 사설 구급차 업체를 이용했다"며 "의사(의심) 환자를 이송할 때도 사설 업체에 의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설 구급대원에게 보호복을 지급하지 않은 데 대해 "현재 선별진료소에서 사용할 보호복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메르스 당시에는 업체들에 일괄 지급을 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코로나 관련 환자 이송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설 구급차 업체를 파악해 보호 장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박창제 부회장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본다"며 "요양병원의 환자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어서 이송 대원들은 적극적으로 방호를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업체에 알아서 사라는 것보다 지자체에서 보호복이나 마스크 등을 일부 지원해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