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문 교수 신간 '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가'

'정한론(征韓論)' 또는 '정조론(征朝論)'은 말 그대로 조선을 무력으로 정벌한다는 일본의 침략적 팽창론이다.

그 기치를 든 인물이 일본 우익사상의 창시자이자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ㆍ1830~1859)이다.

발상지는 일본 혼슈 서남쪽 끝자락 조슈번(長州藩). 야마구치현 옛 이름인 이곳은 현재 인구가 150만 명도밖에 안 되는 변방이지만 역대 총리를 9명이나 배출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용의자 이력으로 1950년대 후반에 총리 자리에 오른 기시 노부스케와 그 외손자인 아베 신조 현 총리도 이곳이 기반이다.

한신대 일본학과 하종문 교수는 '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가'를 출간해 정한론의 어제와 오늘로 일본 극우세력의 사상적ㆍ지리적 기반을 읽어낸다.

한중일 외교사 150년을 돌아보며 과거의 조일 관계가 시작부터 어떻게 어긋나게 됐는지, 그것이 지금의 한일 관계와 얼마나 닮았는지 살핀다.

더불어 치열하게 전개되는 외교전의 진실을 파헤치고 한반도의 미래 전략도 제시한다.

정한론으로 살핀 일본 극우파의 기반과 논리와 역사
당면한 한일 갈등, 한중일 갈등의 근본 원인을 찾으려면 요시다 쇼인에서 시작하는 정한론의 뿌리부터 들춰봐야 한다.

지난 150년 동안 일본 극우정치의 산실인 야마구치현 출신 보수 정치가들은 정한론을 국가정책으로 만들어 제국주의 일본이 청일전쟁, 태평양전쟁 등을 일으키게 한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전후에 '친한파'를 자처하며 한일 관계를 이끈 일본 정치인들도 조슈번 출신이 주류였다.

다시 말해 일본 극우 정치의 계보가 최초의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에서 전후의 우파 정치 구도를 만든 기시 노부스케, 그 동생인 사토 에이사쿠를 거쳐 현재의 아베 총리까지 이어진다는 얘기다.

요시다 쇼인을 가장 존경한다는 아베는 역대 최장수 일본 총리를 기록하고 있다.

하 교수는 "19세기의 일본에 각인된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상과 경험, 안보 논리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이번 책은 2015년을 전후로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중립화론이 대두되는 상황에 대해 일본의 보수가 왜 '지대한' 관심을 보였는지 궁금해진 데서 구상됐다"고 덧붙인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한다.

제1부에서는 서양 우위를 절감한 요시다 쇼인이 일본의 국력을 신장하는 방법으로 정한론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살피고, 2부에서는 쇼인의 제자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한 가운데 정한론을 국가정책으로 밀어붙이는 과정 등을 들여다본다.

제3부에서는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농민전쟁을 거치며 일본이 조선에 친일 정권을 정착시키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 결국 청일전쟁이라는 무력 동원으로 청나라와 서양 열강의 조선 간섭을 차단하는 과정을 다룬다.

마지막 4부는 A급 전범이던 인물들이 '친미'와 '반공'을 등에 업고 정ㆍ재계를 다시 장악하며 '친한파'로서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고 양국의 보수가 유착해 한일협정을 체결하는 상황을 되짚는다.

'정한론'과 함께 저자가 주목한 또 하나의 용어는 '중립화론'이다.

조선을 청에서 떼어내어 독립국으로 만들고자 했던 게 정한론이었다면, '조선 중립화론'은 러시아의 조선 침략을 구실로 조선에서의 영향력을 청과 일본이 동등하게 가져가려는 일본의 전략이었다.

이는 1950년대에 기시가 '한반도 중립화'를 구상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20세기에도 일본은 미국과 유착해 중국을 견제하고 경제적 이익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을 중립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 이 시점에서 일본이 아닌 우리가 한반도 중립화를 주장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한반도 중립화야말로 우리의 생존과 동아시아의 안정을 창출하고 보장하는 유일무이한 전략"이라면서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가 요동치는 지금, 한반도 중립화는 가능 여부를 따져가며 추진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불가결조건이다.

'21세기 정한론'에 맞서려면 '한반도 중립화' 실현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50년 전 근대화 문턱에 섰을 때와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듯 보인다.

근대의 좌절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해묵고도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바로 한반도 중립화다.

중립은 고립이 아니고 소통이다.

평화와 공존을 발신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근대 이후 최강의 국력을 보유한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주체적으로 중립의 의미를 상상하고 현재화해 실현하는 구체적 행보를 시작해야 한다.

일본의 지배층은 한반도에 대한 장악력이 줄어드는 어떤 사태도 원하지 않으며 훼방하려 한다.

남북의 화해 또한 마찬가지다.

"
도쿄대 일본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1996년부터 한신대에서 일본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20세기 일본의 역사학', 근현대 일본정치사' 등의 저서와 공저를 출간했다.

메디치미디어. 344쪽. 1만8천원.
정한론으로 살핀 일본 극우파의 기반과 논리와 역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