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포터 장편 '슬픔은 날개 달린 것'…한강 "이상한 온기와 아름다움"

'만일 까마귀가 아빠에게 뭔가 가르쳐준 게 있다면, 그건 아마도 끊임없이 균형을 유지하는 법이었을 것이다.

'
어느 날 아내가 세상을 떠난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갑자기 소중한 사람이 떠났을 때 슬픔은 어떤 얼굴을 하고 우리에게 다가올까?
영국 신예작가 맥스 포터는 데뷔작 장편소설 '슬픔은 날개 달린 것'(문학동네 펴냄)에서 슬픔이 날개 달린 까마귀 모습으로 찾아온다는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아내와 엄마를 잃은 남자와 두 아이가 슬픔과 상실감을 딛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그런데 이들을 깊은 비통함의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것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느닷없이 집안으로 날아온 까마귀다.

그것도 심지어 '말하는 까마귀'가 슬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삶 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 까마귀는 보통이 아니다.

다정하고 능력 있고 사려 깊으며 지혜로 가득해서 속절없이 무너진 세 사람에게 여러 조언과 위로를 준다.

죽음과 상실이라는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절망에서 빠져나와 따뜻했던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서도록 돕는다.

초현실적 존재가 나오는 소설이지만 황당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네가 나를 더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나는 떠나지 않을 거야"라고 선언한 까마귀의 진지함과 엄숙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내가 떠난 자리에 까마귀가 찾아왔다
이 소설은 작가가 좋아하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테드 휴즈에 바치는 헌사라고 한다.

소설 제목은 디킨슨의 시 '희망은 날개 달린 것'에서 따온 것이고, 소설을 끌어가는 핵심 캐릭터인 까마귀는 휴즈의 시집 '까마귀'에서 영향받았다.

산문과 운문을 오가는 개성 있는 문체와 독창적 작품 세계가 작가를 돋보이게 한다.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됐고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소설가 한강은 이 소설을 이렇게 추천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들의 비통한 나날이 거대한 까마귀의 깃털을 달고 전진한다.

혹은 길게 우회해 우리 등 뒤로 문득 도착해 있다.

이상한 온기와 아름다움을 지닌 책이다.

"
사실 저자 포터는 한강과 인연이 있다.

한강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채식주의자' 영문판을 영국 그란타 출판사에서 펴냈는데 당시 포터는 이 회사 편집자로 일했다.

시인이자 번역가인 황유원이 옮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