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 반체제 작가 옌롄커(閻連科)의 명작 '딩씨 마을의 꿈'은 올해 초 중국 우한으로부터 급격히 번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연상케 한다.

옌롄커가 이런 작품들을 통해 세상에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중국 사회주의 정부의 진실 은폐와 인민 통제, 개인에 대한 억압이다.

문학은 구체적 허구와 상징을 통해 세계 보편적 진실을 말하는 작업이다.

선동에 속아 돈을 받고 피를 팔다가 에이즈에 걸려 무더기로 죽어 나가는 '딩씨 마을'의 우매함은 굳이 중국 변방 작은 마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옌롄커가 최근 한국을 포함한 5개국 매체에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한 중국 당국의 언론·정보 통제와 왜곡을 비난하고 나선 것도 다른 평범한 작가들과는 구별되는 그의 역사의식과 작가 정신을 보여준다.

이처럼 옌롄커가 중국 당국의 숙청 위험에도 시진핑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내놓은 시점에 마침 그가 쓴 장편소설 '작렬지'(자음과모음 펴냄)가 국내에 번역돼 소개된다.

거짓 역사와 몰가치를 고발한다…옌롄커 '작렬지'
2013년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비판 의식을 담았다.

그래서 전작들처럼 중국 내 출판 및 판매 금지가 우려됐지만, 출간 즉시 15만부가 팔리면서 위기를 넘겼다.

너무 많은 사람이 나오자마자 읽는 바람에 당국도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았을 거란 분석도 있었다.

이 소설은 감염병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감염병과도 같은 물질만능주의, 도덕 실종,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목적의식 등을 꼬집는다.

'상징적 소재'만 다를 뿐 결국 그가 지향하는 것은 전체주의가 야기하는 맹목과 무지, 가치가 실종된 물질적 사회를 향한 통렬한 비판이다.

소설에선 '자례'라는 허구의 작은 마을이 점차 대도시로 성장해가면서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사회적 성공을 이루는 것만 절대선으로 치부한다.

공동체 내에서 파벌 만들기와 복수가 난무하며 벽촌에서 신흥도시로 급성장한 지역은 폐허로 변해간다.

은폐된 부정과 비리, 거짓말의 역사는 또 다른 거짓을 쌓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부조리한 지옥으로 만든다.

이런 주제 의식은 옌롄커가 작품 활동을 펼치며 줄곧 추구한 흔들리지 않는 문학적 목표다.

일부 지배층이 여론을 통제하고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하며, 국민이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중국 공산사회의 불치병 같은 환부를 옌롄커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발하고 치유하려 시도한다.

그래서 그는 작품 안팎에서 모든 인민을 상대로 계속 메시지를 던진다.

최근 대산문화재단에 전달한 기고문에서 옌롄커는 말했다.

"개인의 기억이 반드시 현실적 역량으로 변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황당한 거짓말이 다가올 때 우리가 마음속에 의문부호를 찍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중국 역사에서 국가와 집단의 기억은 항상 우리 개인의 기억력과 기억을 가리고 왜곡시켜 왔습니다.

(중략) 기억의 낙인을 갖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언젠가 이런 기억력이 개인의 기억을 생성하여 후대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