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스위스 영화제 취소·연기…칸영화제는 상황 모니터링 중
"'기생충' 특수에 한국 영화 30여편 출품할 듯"
코로나 확산에 아시아·유럽영화제 줄줄이 연기…칸영화제는?
최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영화제가 잇따라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3일 인디와이어 등 외신에 따르면 오는 5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개막 예정이던 올해 제22회 테살로니키 다큐멘터리영화제가 개최 일정을 연기했다.

영화제 측은 성명을 내고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국내외 관객과 시민, 스태프 안전을 고려해 일정을 연기한다며 5월 말, 6월 초 개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999년 처음 열린 이 영화제는 정치·사회·인권 문제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주로 소개한다.

다음 달 6일 스위스에서 개막을 앞둔 제네바 국제인권영화제도 결국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스위스 정부가 1천명 이상 모이는 모든 행사를 금지한 데 따른 조치다.

2003년 처음 열린 이 영화제에는 해마다 30개국 4만여명이 참석했다.

코로나 확산에 아시아·유럽영화제 줄줄이 연기…칸영화제는?
앞서 올해 제22회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도 당초 개막일을 4월 24일에서 6월 26일로 연기했다.

아시아권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대종상 시상식 등이 일찌감치 연기된 데 이어 3월 24일 개막 예정이던 제44회 홍콩국제영화제도 개최 일정을 여름으로 변경했다.

4월 15일 개막하는 제10회 베이징 국제영화제도 예정대로 열릴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가 예정대로 열릴지 주목된다.

올해 73회째를 맞는 칸국제영화제 일정은 5월 12일부터 23일까지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90명을 넘어서며 빠르게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프랑스 정부는 당분간 제한된 장소에서 5천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칸영화제 측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 중이다.

칸영화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아직 일정이 두 달 반 남은 만큼, 코로나19가 칸영화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국내외 관계 당국이 제공하는 최신 가이드라인과 진행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칸은 이탈리아와 국경이 근접한 지역이다.

이탈리아에선 칸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천명을, 사망자는 50명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 영화계도 올해 칸영화제 특수를 누리지 못할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코로나 확산에 아시아·유럽영화제 줄줄이 연기…칸영화제는?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석권하면서 한국 영화 위상이 한껏 높아진 만큼, 한국 영화에 대한 칸의 문호가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올해도 칸영화제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국내에서 출품했거나 출품 예정인 작품이 30편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국내 극장가가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들어간 만큼 칸 특수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줄줄이 영화 개봉이 밀린 상황에서 발등의 불부터 끄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칸영화제에 앞서 이달 30일부터 4월2일까지 칸에서는 방송콘텐츠 영상 마켓 '밉티비'(MIPTV)가 열린다.

100여개국 2천800개 방송사, 1만명 내외의 방송 전문가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 방송콘텐츠 영상 마켓이다.

한국은 올해 첫 주빈국으로 선정돼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 행사 역시 일정대로 개최될지는 불투명하다.

밉티비 측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