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다룬 문학작품 눈길
알베르 카뮈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 ‘페스트’.

알베르 카뮈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 ‘페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관심이 커지면서 전염병을 다룬 문학 작품들이 출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닮은 쿤츠 소설· 고립도시 그린 '페스트'

1981년 미국에서 출간된 스릴러 소설 《어둠의 눈(The Eyes of Darkness)》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세계적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미국 스릴러 작가 딘 쿤츠(75)가 쓴 이 소설은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그대로 예언한 듯하다. 중국 우한시 외곽에 있는 생화학 무기 연구소에서 만든 신종 바이러스 ‘우한-400’이 유출돼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쓴다는 설정이다.

소설 속 우한 실험실처럼 실제로도 우한에서 약 32㎞ 떨어진 곳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는 이번 코로나19 염기서열을 규명해내는 작업에도 참여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쿤츠의 소설은 아직 국내에 번역·출간된 적이 없다. 국내 문학출판사 한두 곳이 이 책의 출간을 협의 중이어서 조만간 한국어 번역판이 나올 전망이다.

'코로나19' 닮은 쿤츠 소설· 고립도시 그린 '페스트'

전염병이 만들어 낸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상을 그린 알베르 카뮈의 고전 《페스트》도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알제리 해안도시 오랑에서 발견된 쥐떼 시체에서 시작된 전염병을 다룬 이 소설은 현재를 예견하기보단 전염병을 대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거예요.(…) 페스트 환자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 피곤한 일이에요.” 소설 속 대사는 코로나19를 마주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코로나19' 닮은 쿤츠 소설· 고립도시 그린 '페스트'

정유정 작가가 2013년 출간한 장편소설 《28》(은행나무)도 지금의 상황과 여러 면에서 맞닿아있다. 소설은 인구 29만 명이 사는 가상도시인 화양시에서 개 번식사업을 하던 중년 남자가 개에 물린 뒤 온몸에 피를 흘리며 죽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후 정체불명의 인수공통전염병이 도시 전체로 확산되면서 화양시는 혼돈과 공포에 휩싸인다. 국가는 전염병이 다른 곳으로 퍼지지 못하도록 군대를 동원해 도시를 봉쇄한다. 혼돈의 공간에서 절망과 분노를 느끼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인간의 처절함이 그려진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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