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후보 반체제 작가, 코로나19 관련 중국당국 언론·정보 통제 비판
우한작가 팡팡, 의사 리원량도 적극 옹호…언론·작가 '워치독' 역할 촉구

노벨문학상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중국 '반체제 작가' 옌롄커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중국 당국의 언론·정보 통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위화, 모옌과 더불어 중국 현역 3대 문호 중 한 명인 옌롄커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어서 이번 발언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다만 중국 내에서는 언론 통제로 이 기고를 직접 읽기는 어렵다.

옌롄커는 2일 발간된 계간지 '대산문화'에 보낸 기고문에서 "후베이의 우한, 그리고 중국 전역에서 사람이 죽고 가정이 파괴돼 귓가에 사람들의 곡소리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미 통계 숫자의 호전으로 인해 위에서 아래로, 전후좌우로, 경축을 준비하는 북소리와 가공송덕(歌功頌德)의 노랫소리를 듣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시신이 채 식지 않고 곡소리가 멈추지 않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영명함과 위대함을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전국을 휩쓰는데도 언론·인터넷 검열을 더 강화하고 '정부가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관제 여론을 띄우는 데 주력한 중국 공산당 독재정권을 비판한 것이다.

가공송덕이란 '성군의 공을 노래하고 덕을 칭송하다'는 뜻이다.

그는 "이 질병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병원에서 죽은 사람과 병원 밖에서 죽은 사람이 몇 명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심지어 조사나 질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고 탄식했다.

옌롄커 "곡소리 안 멈췄는데 위대함 외치는 소리 울려퍼져"

옌롄커는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맞아 모든 개인이 왜곡된 '집단 기억'에 매몰되지 않고 각자 '개인의 기억'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래야만 과거 사스와 같은 감염병으로 힘없는 인민이 피해를 본 비극이 지금처럼 어이없이 계속 반복되는 일을 방지하고, 최소 수백만 명이 숨진 '문화대혁명'과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개인의 기억은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로 하여금 진실한 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개인의 기억이 반드시 현실적 역량으로 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황당한 거짓말이 다가올 때 우리가 마음속에 의문부호를 찍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중국 역사에서 국가와 집단의 기억은 항상 우리 개인의 기억력과 기억을 가리고 왜곡시켜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이 아직 기억으로 응결되지도 않았는데 우리 주변, 사방에서 이미 드높은 가공송덕과 찬미의 노래와 경축의 북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옌롄커는 코로나 19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진실을 폭로했다가 공산당 정부로부터 탄압받은 의사 리원량(李文亮), 우한 작가 팡팡(方方) 등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작가들이 이들처럼 용기 있고 양심 있는 글쓰기를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 우한에 팡팡이란 작가의 존재와 기록이 없다면, 팡팡이 자신의 기억과 느낌을 문자로 써내지 않았다면, 팡팡 같은 수천수만의 사람이 없다면, 휴대폰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삶과 죽음의 울음과 구조를 갈구하는 외침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들을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재능과 용기, 마음의 힘으로 팡팡 같은 작가가 될 수 없다면 적어도 팡팡을 조롱하고 비방하는 사람들 틈에 우리 그림자와 목소리가 섞여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리원량처럼 먼저 호각을 불 수 없다면 호각 소리를 듣는 사람이 돼야 한다"면서 "큰 소리로 말할 수 없으면 귓속말을 하면 된다.

귓속말을 할 수 없으면 기억력과 기억을 가진 침묵자가 될 수 있다"
옌롄커는 독재 치하에서 타성에 젖은 인민의 각성을 주문하는 말로 글을 맺었다.

"기억의 낙인을 갖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언젠가 이런 기억력이 개인의 기억을 생성하여 후대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
중국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정부에 불리한 정보를 차단하는 데 애를 썼다.

언론 자유를 주장하거나 현장의 목소리를 알리는 언론 기사나 소셜미디어 글을 삭제했고 관련자들을 처벌했다.

팡팡의 경우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해 확산하자 '우한일기'라는 제목으로 우한 상황을 매일 위챗에 올려 알렸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유언비어 유포로 규정하고 모든 글을 삭제했다.

리원량은 코로나19를 최초로 경고했다가 유언비어 유포로 처벌받았고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옌롄커는 지난달 20일 이 글을 써서 대산문화재단에 보내왔고 이탈리아, 프랑스, 싱가포르, 일본 신문사에도 기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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