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더블캐스팅', 마치 뮤지컬 콘서트 보는듯 숨은 재능 발견에 재미 쏠쏠
“가장 서러운 건 관객들이 제 목소리를 모른다는 거예요.”

뮤지컬 무대에 오른 배우인데도 관객들은 그의 목소리를 결코 알 수 없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다른 배우들의 목소리에 묻혀 버리기 때문이다. 뮤지컬 무대를 가득 채우는 ‘앙상블’ 배우들의 이야기다. 주·조연을 맡는 배우와 달리 코러스를 하는 앙상블 배우는 자신의 목소리를 관객에게 온전히 들려줄 수 없다.

tvN 토요 예능 프로그램 ‘더블캐스팅’(사진)은 앙상블 배우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 최초의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지난 22일 첫 방영됐다. 최종 우승자에겐 상금 1억원과 대형 뮤지컬 주연으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다. 심사위원 겸 멘토를 맡은 출연진도 화려하다. 뮤지컬 배우인 마이클 리, 엄기준, 한지상, 차지연과 ‘헤드윅’ ‘서편제’ ‘광화문연가’ 등을 올린 연출가 이지나가 나온다.

프로그램은 TV로 뮤지컬 콘서트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많은 사람이 아는 익숙한 넘버(삽입곡)부터 창작 뮤지컬의 숨은 명곡까지 다양하게 울려 퍼진다. 앙상블 배우들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 38세 최고령으로 오랜 경험이 있는 관록의 앙상블 배우, 2년차 신인 배우 등이 출연해 각자의 재능을 발휘한다.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가 이런 것이다. ‘더블캐스팅’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런 배우를 발견했겠느냐”는 심사위원들 얘기처럼 무대 공연에선 알 수 없던 앙상블 배우 개개인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생계 문제로 뮤지컬을 그만뒀다가 다시 무대로 돌아왔지만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한 배우가 반전의 무대를 선보이고, 2년차 배우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나오는 다소 까다로운 넘버 ‘겟세마네’를 훌륭히 소화해 낸다. 차지연의 남편인 윤은채도 오디션에 도전해 큰 화제를 낳았다.

심사위원들의 감상평도 재미를 더한다. 많은 앙상블 배우와 오랜 시간 무대에 올랐던 심사위원들은 이미 도전자 대부분과 아는 사이다.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평가를 내린다. 뮤지컬 작품 자체와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보완점 등을 정확히 지적한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동료애를 발휘하며 따뜻한 조언과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