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핏줄' 재일조선족 김성우 "봉준호 넘는 감독될 것"

"봉준호·박찬욱·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재일조선족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핏줄'을 제작해 지난해 일본 가나자와(金澤)영화제에서 '기대되는 신인감독상'을 받은 김성우(26) 감독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록영화가 아닌 극(劇)영화로 작품성과 흥행 면에서 '기생충',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등을 넘어서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핏줄'은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의 주도인 옌지(延吉)시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3살 때 부모가 이혼해 외할머니 품에서 크다가 10살 때 일본에 사는 어머니 곁으로 이주해 성장한다.

외국인에 배타성이 강한 일본에서 경계인으로 성장한 그는 대학 입학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국에서 불법체류 노동자로 빚 독촉에 시달리는 아버지를 찾아 나서며 혼란 속에서도 끊어졌던 핏줄의 정을 느끼게 된다.

김 감독은 "영화에 거창한 메시지를 담고 심지는 않았지만 많은 조선족이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한국과 일본 등으로 흩어졌고 다양한 정체성이 생겨난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니이가타겐리츠(新潟縣立)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전공한 그는 학창 시절부터 영화광이었다.

잡지에 영화 관련 글을 기고할 정도로 빠져있던 그는 졸업 전에 자신의 이름인 '성우'를 제목으로 한 15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핏줄'이란 다큐멘터리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구체화하기 했다고 한다.

2015년 일본 도미나 데쓰야 감독의 '푸른 바람이 분다'(blue wind blows)에 조감독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2018년에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정식 초청되기도 했다.

영화 '핏줄' 재일조선족 김성우 "봉준호 넘는 감독될 것"

2014년부터 한·중·일 3국을 오가며 '핏줄'을 4년간 촬영했고 6개월의 편집과정을 거쳐 2019년에 완성했다.

그는 "지명도 없는 신인 감독이 제작비를 마련해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며 "부모의 도움도 받았지만온라인 플랫폼 등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인 크라우드펀딩도 하고 술집 서빙 등 아르바이트도 닥치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일본과 중국에서 개인 상영회를 열기도 했고, 니가타(新潟)국제영화제, 나가오카(長岡)영화제, 가나자와영화제, 야마가타(山形)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필리핀 세부 영화제에 출품해 영화를 알렸다.

가나자와영화제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영화배급사를 구해 3월 초부터 도쿄(東京), 나고야(名古), 니가타(新潟), 고베(神戶), 나가노(長野) 등 8개 도시에서 개봉한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 "10살에 일본에 와서 적응하기 위해 조선족 출신이라는 것을 잊고 살았다"며 "20살이 됐을 때 일본인이 거의 다 됐다는 자신감이 들면서 여유가 생기자 거꾸로 자신 속에 녹아있는 중국과 조선족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제작을 계기로 조선족으로서의 의식도 커졌다는 그는 "한·중·일 3국에 흩어져 사는 가족사와 재일조선족이라는 고단한 삶이 오히려 영화 제작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핏줄'을 상영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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