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에 뇌과학박사 된 김재익 씨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 출간
한길사 대표 "일흔쯤 뇌과학 박사 획득 유례없어…나이 들어도 학문성과 가능"
"로봇은 '의식' 가질 수 없어…AI는 단순 정보처리만 가능"

'의식'이란 무엇인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답하고자 했으나,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사전적 정의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인식하는 작용"이다.

그런데 인식만으로는 의식을 설명하지 못한다.

꿈도 의식 작용 일환이고, 정서도 의식을 통해 느끼기 때문이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패션업계에서 근무한 김재익(73) 씨는 은퇴 무렵 죽음에 이르렀다가 살아나는 임사체험과 유체이탈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서울대 자연대 뇌과학 협동과정에 들어가 68세에 '뇌의 가소성과 노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세계적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저널에 논문을 실었다.

그가 의식과학 역사, 의식의 과학적 접근, 의식 기원과 동물 의식 등 의식에 얽힌 다양한 쟁점을 정리하고 어려운 용어를 풀이한 책 '의식, 뇌의 마지막 신비'를 한길사를 통해 펴냈다.

김 박사는 25일 중구 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의료기술 발달과 사회보장 확대로 인간에게는 자연도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도 "컴퓨터·휴대전화·인공지능에 의존하고, 교육과 여가에 두뇌를 적절히 활용하지 않으면 의식은 퇴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뇌의 특성상 인습적이지 않고 새로운 현상을 추구하며, 손재주와 발성 기능이 탁월하고, 직립과 두발 보행이 가능해 높은 수준의 의식을 발전시켰다.

그렇다면 인간의 산술적 능력을 훌쩍 뛰어넘은 인공지능(AI)은 훗날 인간과 같은 의식을 보유하게 될까.

김 박사는 "의식과 관련된 신경계 단위인 뉴런과 뉴런 접합 부위인 시냅스는 끊임없이 변한다"면서 "의식 있는 로봇은 무기물로 이뤄진 생명체여야 하기 때문에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경우의 수를 무한대에 가깝게 입력한 뒤 단순하게 정보처리를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인공지능이 의식에서 인지적 활동을 제외한 질투, 희망, 욕망 같은 감정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로봇은 '의식' 가질 수 없어…AI는 단순 정보처리만 가능"

의식은 인공지능 외에도 논쟁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일례가 전생, 귀신의 존재다.

또 의식을 뇌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움직임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가도 논란거리다.

단순한 동물에게도 의식이 있는가, 의식이 왜 만들어졌는가에 관한 견해도 학자마다 다르다.

김 박사는 "종교계, 철학계, 과학계에서 의식에 대해 한마디씩 하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며 "임사체험이나 유체이탈은 대부분 개인의 경험에 바탕을 둔 일화여서 과학자 입장에서 취급하기는 곤란하지만, 일부 사례는 부정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예컨대 정신의학자 이언 스티븐슨이 쓴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을 보면 전생이 있다는 설을 무작정 부인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시신을 화장하면 뉴런이나 시냅스는 모두 없어지는데, 일부 사람이 전생을 말하는 원인을 의식과학에서는 아직 해명하지 못한다"며 "다만 귀신은 육체 밖 의식으로 환영이나 환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의식'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의식 연구야말로 인간 내면이자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나온 책을 계기로 뇌과학을 공부하는 후학이 많이 배출돼서 이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박사와 초등학교·중학교 동창이라고 밝힌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일흔쯤에 뇌과학 박사학위를 받기는 유례가 없어서 출간을 권유했다"며 "나이 든 사람들도 얼마든지 학문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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