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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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vegan) 식단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일부 부모들이 어린이집 급식 메뉴를 채식주의자용으로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어린이집 교사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요즘 비건 식단으로 키우는 학부모가 종종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어린이집 식단 또한 비건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어린이집의 한정된 예산 때문에 일부 원아들을 위한 비건 급식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것.

A씨는 "일부 비건 육아 학부모들은 도시락을 싸서 보내주긴 하는데, 도시락 설거지까지 해서 보내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반 아이들은 모두 같은 급식과 간식을 먹고 있지만 비건 아이들만 특별해 보이는 음식을 먹으니 다른 아이들의 집중을 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일반식 먹는 아이들의 간식을 먹고싶어 하는 비건 아이들도 있었다.

A씨는 "그럴 때면 아이들은 울기 시작한다. '왜 쟤는 저거 먹어요?', '선생님 저도 저거 먹고싶어요'라고 난리가 난다. 식사 시간이 지옥 그 자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다 비건 아이들이 일반식을 한 입이라도 먹어 부모님들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어린이집으로 바로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운동회 때 밀가루 사이에서 사탕 찾아 먹기와 같은 게임을 할 때도 사탕에 동물성 원료가 포함되어 있다며 빼달라고 한다. 그 게임에서 자신의 아이는 배제되지 않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A씨는 "신념도 좋고 다 좋지만 적어도 남들에게 피해는 안 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자기 자식들이 먹는 것에 그렇게 예민하다면 집에서 육아 하는게 어떤가 싶다"고 하소연했다.

네티즌들은 "아이가 비건을 선택한 게 아닌 이상, 부모의 비건 강요는 학대라고 본다", "비건 하는 어린이집으로 보내는 게 낫지 않나", "개인별로 다 맞추길 원한다면 집에서 개인 가정교사를 쓰든지, 육아를 하라", "선생님은 아동보호 전문 기간에 상담하는 것이 좋겠다", "아이들이 먹고싶어서 운다면 스스로 먹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닐텐데...", "비건의 신념은 존중하지만 다수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된다. 선생님과 얘들이 무슨 죄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건 부모들의 행동을 지적했다.

채식주의자는 붉은 살코기를 먹지 않는 페스코, 고기를 먹지 않고 유제품과 달걀을 섭취하는 락토 오보, 생선과 달걀, 유제품도 먹지 않고 식물성 음식만을 섭취하는 비건으로 갈린다.

채식 인구가 급증하면서 비건은 점차 트렌드로 확장되어 있는 현실이긴 하다. 하지만 세계 전역에서 비건 육아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아이를 채식으로 키우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엄격한 비건 식단으로 양육된 1살 남자 아기가 심각한 영양 불균형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영국의 30대 부부는 19개월된 딸에게 채식만을 강요해 영양실조에 걸리게 만든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아이는 구루병, 퇴행성 뼈 질환 등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게 됐다.

소아과 의사들은 이에 대해 "아이를 비건 식단으로 키우더라도 보충제를 이용해 영양 부족을 적절히 바로잡는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B-12, 비타민 D, 철분, 아연, 칼슘 등이 골고루 들어간 식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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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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