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요? 예술에만 미쳤죠" 봉준호 감독의 우문현답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캠페인을 거치면서 무려 500차례 이상 외신 인터뷰와 100여회 이상의 관객과 대화를 진행했다.

대부분 비슷한 질문을 받지만, 간혹 '예상 밖' 질문이 등장해 주위 사람들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봉 감독 자신은 당황하지 않고 '명답'을 내놓는다.

최근 유튜브 등에선 오스카 4관왕 수상을 전후해 봉 감독이 받은 이색 질문과 답변을 모은 영상들이 인기를 끈다.

'기생충'이 빈부격차와 양극화와 같은 주제를 다룬 만큼 정치적인 질문들이 주를 이룬다.

한 국제영화제에선 외신 기자가 봉 감독 전공(사회학)을 들며 "영화가 주로 사회 이슈, 계급 불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에 봉 감독은 "사실 그 부분이 크다.

젊은 세대의 미래에도 사회나 계급 격차가 과연 좋아질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

아들 키우는 사람으로서 그런 불안감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기자는 "그렇다면, 이 영화는 한국 사회에 '혁명'이 시작되는 것을 표현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영어 질문을 바로 알아듣는 봉 감독은 통역을 맡은 샤론 최에게 질문 핵심을 다시금 확인하고는 "세상은 오히려 혁명으로부터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혁명의 시대가 많이 지나갔다.

혁명이라는 것은 뭔가 부서뜨려야 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혁명을 통해 깨뜨려야 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힘들고 복잡해진 세상이 된 것 같다.

이 영화는 오히려 그런 것을 표현했다"고 답했다.

"정치요? 예술에만 미쳤죠" 봉준호 감독의 우문현답

뉴욕영화제에선 봉 감독이 "'기생충' 속 캐릭터들은 사지가 멀쩡하고 분명히 능력 있는 사람들인데, 일자리가 없다.

그것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그 자체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양극화 시대에 대해 말해주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사회자는 봉 감독을 향해 "한국 선거에 나가시나요? 나가셔도 좋을 것 같은데…" 라고 말했다.

그러자 봉 감독은 무대 위에 있던 배우 송강호, 최우식, 박소담을 가리키며 "저와 여기에 있는 모든 배우는 예술에만 미친 사람들로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요? 예술에만 미쳤죠" 봉준호 감독의 우문현답

미국의 또 다른 행사장에선 학창 시절 정치적 활동을 했는지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봉 감독은 "그 당시에는 거의 모든 학생이 데모(시위)를 일상처럼 많이 했다.

하루에 수업을 3시간 하면, 데모도 2시간하고, 밥 먹고 시위했다가 공부도 하고…굉장히 일상이었다"고 떠올렸다.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에서 진행한 관객과 대화 때는 사회자가 "'봉테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부사항에 신경을 쓰시는데, 그런 통제가 배우나 스태프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봉 감독은 "제가 '통제광'은 아닌데, 모든 것을 통제하긴 한다"며 웃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레드카펫에선 ABC방송 리포터로부터 "다른 영화는 영어로 만들었는데, 왜 이번 영화는 한국어로 만들었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봉 감독은 "'설국열차'에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번에는 좀 더 내 이웃, 내 주변에서 정말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지역, 한국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