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친척들'의 모든 것…'늑대와 야생의 개' 출간

많은 문명권에서 늑대는 위협적이고 음흉한 이미지로 받아들여지지만 일부 부족에게는 토템으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동화나 전설에 가장 많이 나오는 동물 가운데 하나지만 가장 오해를 많이 받는 동물이기도 하다.

최근 출간된 '늑대와 야생의 개'(라의눈)는 생태와 습성에서 인간과의 관계, 생물학적 분류에 이르기까지 늑대를 중심으로 한 모든 갯과 동물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그동안 접근이 힘들어 볼 수 없던 북극늑대의 삶, 늑대의 육아와 무리생활, 먹이활동, 이동을 포착한 사진 등 '화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사진 자료가 등장한다.

우리가 늑대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가운데 첫 번째로는 '무엇이 늑대인지'를 꼽을 수 있다.

개, 늑대, 여우는 구분이 쉽지 않다.

갯과 동물은 크게 늑대, 남아메리카, 붉은여우, 회색여우 4가지 계통으로 분류되는데 앞의 3 계통이 전체 90%를 차지한다.

우리가 흔히 '늑대'라고 부르는 것은 대개 회색늑대의 아종이며 이 밖에 개, 코요테, 자칼, 승냥이, 리카온 등이 모두 늑대 계통이다.

호주의 집개가 야생화한 딩고를 비롯해 별도 종으로 분류할지 이견이 있는 종이 있어 견해에 따라 늑대 계통에 속하는 종은 10~13개로 엇갈린다.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들의 관계를 나타내는 '계통수(系統樹)'는 계속 수정되고 있다.

"늑대가 위협적이고 음흉하다고?"

개와 늑대의 관계는 어떤가.

늑대가 인간에 길들어 집개가 된 것이 아니라 개와 늑대는 공통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각기 진화했다.

개와 늑대의 게놈이 겹치는 것은 둘이 이종교배된 결과일 뿐이다.

호리여우의 경우 한국과 미국(폭스)에서는 '여우'라고 불리지만 일본(이누)에서는 '개'라고 불리는 등 나라에 따라 개와 여우로 달리 불리는 경우도 있고 개로 알고 있던 것이 생물학적으로는 여우이거나 반대인 경우도 있다.

늑대의 습성이나 생태도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인간에게 핍박받은 경험이 없는 북극늑대 무리가 관찰하던 연구팀에 새끼들이 있는 바위 동굴에 들어가는 것까지 허락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늑대가 위험하다는 인식은 인간의 공격성이 촉발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늑대 무리를 수컷의 우두머리인 소위 '알파 수컷'이 이끈다는 속설도 잘못됐다.

알파 수컷의 존재는 야생이 아닌 사육시설에서만 나타나며 늑대 무리는 함께 사냥하고 함께 먹이를 나누는 평등사회다.

심지어 늑대 일족인 리카온은 기침 소리를 통해 사냥을 나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다수결'로 정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늑대에게 공포를 느끼는 것은 강렬한 눈빛과 한밤중 폐부를 찌르는 듯한 울음소리 탓이 크다.

책은 이에 얽힌 비밀도 풀어준다.

늑대 눈의 흰자위는 털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눈 주변이 검어서 홍채가 인간의 흰자위처럼 밝아 보이기 때문에 중앙의 동공이 인간의 홍채처럼 도드라지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무리 지어 행동하는 종일수록 시선이 강하다고 한다.

이들도 사람처럼 서로의 시선으로 의사를 전달한다는 방증이다.

"늑대가 위협적이고 음흉하다고?"

늑대 울음은 3가지 역할을 한다.

첫 번째는 동료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 주거나 동료의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골짜기에서 목청 돋워 울부짖는 늑대에게 저 골짜기에서 다른 늑대가 대답하듯 짖는 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오싹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울음의 나머지 목적은 동료 간 유대 다지기와 다른 무리에 대한 경고다.

늑대에 대한 근거 없는 증오심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한때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에 퍼져 살던 늑대 수는 지난 수백 년 간 급감했다.

유럽에서는 늑대가 완전히 사라지다시피 했고 아시아와 북아메리카에서는 절반 또는 3분의 1로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다행히도 가축 소유주들에게 늑대 피해에 따른 보상금을 지불해주는 민간 기금 설립 등 보존 노력이 주효해 지금은 개체수 증가 또는 안정세를 보인다.

현재 전 세계 늑대 수는 연구자에 따라 16만~30만 마리로 추산된다.

책은 이 밖에도 연어와 갑각류, 바다표범 등 해산물을 먹고 사는 늑대, 곰처럼 산란을 위해 회귀하는 연어를 강어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잡아먹는 늑대, 곰과 장기간 함께 생활하며 먹이를 사이좋게 나눠 먹는 늑대 등의 특이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인간의 편견과는 달리 늑대를 비롯한 모든 갯과 동물이 지구촌의 사랑스러운 구성원임을 알게 된다.

곤도 유키 지음, 박유미 옮김. 라의눈. 208쪽. 2만9천원.
"늑대가 위협적이고 음흉하다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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