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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 유럽과 아시아 간 교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우주에 사는 것처럼 서로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콜럼버스로 인해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세계가 하나의 무역망으로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과 중국의 욕망이 두 조각 난 절단면이 만나듯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유럽 귀족들은 중국으로부터 실크와 도자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게 됐고, 중국에선 이들이 가진 은을 간절히 원했다. 이 덕분에 교역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범위도 확장됐다.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도 하나로 연결됐다. 그렇게 근대의 동이 텄다.

[책마을]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으로 하나된 세계…경제도 생태계도 뒤엉켰다
《1493》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상륙한 이듬해인 1493년부터 이뤄진 광범위한 인류의 경제적·생태적 변화를 다룬다.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이전 아메리카 인디언의 문명과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낸 《1491》의 후속작이다. 저자는 미국 시사전문매체 애틀랜틱 기자 출신으로 르포 작가가 된 찰스 만이다.

그는 “콜럼버스의 발견 이후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생태계 전반에 가장 막대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이때부터 ‘호모제노센(homogenocene: 균질화·동질화된 인류 삶)’이 급격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대륙의 무역권에 끼어들고 싶었던 유럽인의 욕망이 분출되면서 여기저기 충돌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16세기 교역과 경제 시스템이 태동했고, 19세기로 접어들 무렵엔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됐다.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콜럼버스 원정대는 1492년 히스파니올라 섬(현재의 도미니카공화국)에 도착한 직후 오한과 열병에 시달렸다. 이들은 그 원인을 원주민 여성들 탓으로 돌렸다. 항해일지엔 이렇게 적었다. “여긴 여자가 많은데 조신하지 않고 깔끔하지도 않다. 그들(콜럼버스 남자 원정대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이 질병을 성병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질병학자들은 이를 스페인에서 유행했던 말라리아로 본다. 병원균 운반자도 콜럼버스 원정대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1492년 이전엔 아메리카 대륙에 말라리아와 천연두, 황열병 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속에서 수개월 동안 잠복하는 말라리아 병원균은 보균자의 피를 빨아들인 한 마리 모기에 의해 한순간 광범위하게 퍼져나간다. 히스파니올라 섬엔 그런 모기가 많았을 뿐이다.

게다가 이 배에는 소, 양, 말 등 가축은 물론이고 사탕수수, 밀, 감자 등도 실려 있었다. 온갖 동식물이 함께 있었으니 지렁이, 바퀴벌레, 병원균 등이 생겼다. 이들의 행군과 이후 이뤄진 유럽인들의 상륙은 전 세계 생태 시스템까지 뒤흔들어 놨다.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거의 인식하지 못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이때부터 형성된 경제·생태 시스템을 통해 하나로 뒤엉켜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