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의 꿈

▲ 조지 오웰 = 피에르 크리스탱 글, 세바스티앵 베르디에 그림, 최정수 옮김.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1903~1950) 70주기를 맞아 프랑스를 대표하는 만화 작가들이 의기투합해 그의 삶과 시대와 작품세계를 재현한 그래픽 전기다.

동물과 공상과학 소설을 좋아하던 외로운 소년 에릭 아서 블레어(오웰의 본명)는 속물근성과 차별이 만연한 기숙학교를 거쳐 명문 사립 이튼스쿨을 졸업한 뒤 1922년부터 5년간 버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복무한다.

이 시절 자신에 대한 환멸과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를 안게 된 그는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 있고 싶어" 런던과 파리에서 부랑자, 호텔 접시닦이 같은 생활을 하며 글을 쓴다.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무렵인 1936년에는 파시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스페인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민중과 사회주의의 활력을 경험하는 한편 좌파의 분열과 공산당의 변질을 목격하면서 이념을 떠나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비판의식을 벼리게 된다.

마침내 1945년 '동물농장'이 출간되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그의 삶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던 아내 에일린이 세상을 떠난 후 스코틀랜드의 외딴섬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 '1984'를 출간한다.

그리고 병실에서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린 지 3개월 만에 숨을 거둔다.

책은 이 같은 그의 일생을 흑백 그림으로 따라가면서 그의 작품의 결정적 장면들을 포착한 컬러 그림을 곳곳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마흔일곱 생애 동안 치열하게 사유하고 행동했던 '영원한 자유인' 조지 오웰의 입체적 초상이다.

마농지. 160쪽. 2만원.
[신간] 조지 오웰·가짜뉴스의 고고학

▲ 가짜뉴스의 고고학 = 최은창 지음.
뉴스의 형태를 띤 가짜뉴스뿐만 아니라 소문, 프로파간다 등 다양한 형태의 허위정보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추적한다.

고대 로마의 옥타비아누스는 경쟁자인 안토니우스가 나쁜 여론에 휩싸이도록 그가 클레오파트라에 빠져 로마를 배신할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형의 인쇄소에서 수습공으로 일하던 16세 때부터 가공의 여성 명의로 날조된 편지들을 신문사에 기고했고 말년에는 영국 왕 조지 3세가 살가죽을 벗기는 인디언들과 결탁했다는 허위 기사를 신문에 싣는 등 상습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 유통했다.

에드거 앨런 포도 열기구를 타고 3일 만에 대서양을 건넌 남자를 인터뷰했다고 날조한 기사를 신문에 싣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괴담(hoax)'을 써서 신문사에 팔았다.

역사를 살펴보면 인쇄술이 발명됐을 때, 라디오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이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을 때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렸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들이 가짜뉴스의 온상 역할을 하는 것도 이런 역사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파되는 가짜뉴스에 충격을 받고 호들갑을 떨지만 가짜뉴스는 정보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지적한다.

동아시아. 508쪽. 2만2천원.
[신간] 조지 오웰·가짜뉴스의 고고학

▲ 내 아버지의 꿈 = 김정수 지음.
정치는 억압적이었지만 경제는 활력이 넘친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경제부총리 등을 지내며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주된 역할을 했던 '쓰루' 김학렬의 인생을 기자 출신 아들이 정리했다.

1949년 치러진 대한민국 최초의 고등고시에 수석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김학렬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최연소 재무부 장관, 경제수석 등을 거쳐 1969년 만 46세에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 오른다.

부총리 취임식을 마치고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김학렬은 벽에 걸린 칠판에 '綜合製鐵(종합제철)'이라는 한자 네 글자를 쓰고는 "종합제철이 완공되거나 내가 부총리 목이 날아갈 때까지는 절대 지우지 마라"고 비서에게 말한다.

'쓰루'에게 주어진 과업은 제철소 건립만이 아니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한국개발연구원(KDI) 건립, 물가와의 전면전, 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등 굵직한 일거리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단순한 '테크노크라트'가 아니었다.

실무 관료 시절 깐깐한 예산 업무로 군부에 밉보여 경제기획원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왕초' 부총리와 이견을 보이다가 재무부 장관 자리에 오른 지 100일도 못 돼 경질되기도 했다.

이런 그를 박정희 대통령은 전적으로 신뢰했고 힘을 실어줬으며 둘 사이에는 허물이 없었다.

김학렬이 지엄하기만 한 박 대통령 앞에서 "다른 건 몰라도 시험이라면 대통령이 될 자신도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러한 막강한 대통령의 신임이 오히려 역풍이 돼 안팎으로 공격을 받아 시달리던 김학렬은 병까지 얻어 사직을 간청한 끝에 부총리직에서 물러났고 그로부터 3개월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학렬의 아들인 저자는 "그가 후세에 남긴 무엇보다 소중한 유산은 한마음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Can Do Spirit'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단기간에 개도국에서 중진국으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할 수 있다'는 시대정신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한국경제의 영혼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썼다.

덴스토리. 368쪽. 1만8천원.
[신간] 조지 오웰·가짜뉴스의 고고학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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