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도시 독일 뮌헨에는 도심 한복판에 맥주를 마시기에 최적화된 시장이 있다.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빅투알리엔 시장이다.

[세계의 시장]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시장

시장 가운데 1천명 가까이 앉을 수 있는 비어가든이 고목 아래 자리하고 그 주위를 맥주 안주로 곁들이기 좋은 소시지와 치즈 등 먹거리를 파는 간이식당과 생선, 채소, 육류, 잡화, 꽃 등을 판매하는 140여 개의 상점이 둘러싸고 있다.

빅투알리엔시장은 식료품 시장이다.

빅투알리엔은 라틴어로 식료품을 의미하는 빅투알리아의 독일식 표기다.

뮌헨의 중앙광장 구실을 하는 시청 앞 마리엔 광장에서 과거 농민들이 농산물을 주로 판매하던 시장이 커지면서 오늘날의 빅투알리엔 장터로 이전했다.

인근 농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이 주로 공급되며 뮌헨시 당국의 엄격한 품질 검사를 거쳐 입점,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시장에 들어서면 광장 한쪽에 맥주 관련 그림들로 장식된 마이바움이라 불리는 큰 기둥이 눈길을 끈다.

[세계의 시장]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시장

가게들은 규모가 크지 않고 진열한 물건들도 소박하고 단출하다.

상인들의 살갑지 않고 무표정한 표정이 오히려 장사꾼 같지 않고 순박하게 느껴진다.

널찍한 가게 앞 공간은 탁 트여 있고 나무도 많아 공원에 온 느낌이 든다.

한 식료품점에는 나무통에 다양한 올리브 절임 식품이 진열돼 있다.

녹색, 연두색, 노란색, 검은색, 붉은색, 갈색 등 올리브 색깔도 다양하다.

과일가게에는 다양한 과일을 올망졸망 진열해 뒀는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납작 복숭아가 눈길을 끈다.

한국 관광객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비어가든은 한낮인데도 빈자리가 없이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대부분은 맥주를 마시지만, 그냥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주변 간이식당에서 음식을 사다가 먹어도 되기 때문에 주문하지 않는다고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곳 비어 가든의 특징은 다양한 맥주를 6주 단위로 바꿔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뮌헨에 있는 6개 양조장이 가든 맥주를 번갈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시장]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시장

옆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흰 소시지를 맛봤다.

바이스부르스트라 불리는 흰 소시지는 송아지 고기와 돼지고기로 만든 뮌헨의 지역 요리다.

이 소시지는 정오 이전에만 먹는 음식으로, 냉장고가 생기기 전에 소시지를 오래 보관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전통이라고 한다.

흰 소시지는 주로 단 겨자와 갓 구워낸 브레첼과 같이 먹는다.

독일 사람들은 맥주를 물처럼 마신다.

그래서 낮술이 일상화돼 있다.

시 당국은 술에 취한 사람들이 일으키는 말썽을 막기 위해 관심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작년 옥토버페스트 기간에 뮌헨시에서는 사망자나 중상자가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1건도 없었다고 한다.

빅투알리엔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지붕이 없는 노천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시장이 비나 눈을 피하기 위해 아케이드 지붕을 만드는 추세지만 이곳만큼은 여전히 노천을 고집하고 있다.

자연을 즐기면서 쇼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시장]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시장

이 시장엔 주차 시설도 없다.

그런데도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장 위치가 목 좋은 시내 중심에 자리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통을 유지하려는 상인들과 뮌헨시 당국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빅투알리엔 시장에는 이런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상인들의 특별한 규칙이 있다.

어떤 가게가 문을 닫으면 승계자는 이전의 품목을 변경하면 안 된다고 한다.

또 이 시장의 상인이 되려면 취급하는 품목에 대한 해박한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 하며, 성실성과 책임감도 갖춰야 한다.

대를 이어 장사하는 가게가 많은 건 그 때문이다.

시장에 입점하려는 대기자도 많다고 한다.

우선 장사를 시작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고 매장 운영비 명목으로 내는 비용이 다른 곳보다 적다.

판매 품목과 매출액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출액의 3.5%만 월세로 내면 된다.

또 뮌헨에 사는 사람이면 영주권 소유 여부나 인종, 출신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세계의 시장]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시장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듯 적은 비용으로 시장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전통시장에 대한 뮌헨시 당국의 남다른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뮌헨시는 시장 운영을 통한 수익 창출보다는 품질 관리와 주변 환경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사회는 낙후된 지역이 상인들의 노력으로 손님이 몰려들어 장사가 된다 싶으면 건물주는 가게 임대료를 올리고,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한 상인들은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고 있다.

또 지방의 재래시장은 지역의 특색이 사라지고 획일화돼 주민이나 관광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한다.

이는 긴 안목이 아닌 눈앞의 이익과 편리함만 좇기 때문에 나온 결과가 아닐까.

빅투알리엔 시장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은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에는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린다.

일요일은 쉰다.

[세계의 시장]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시장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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