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강화되면서 전용 입국장 인산인해…실제 전화번호 등록했는지 한명씩 확인
"무증상 감염자 있을지 모르는 데 이렇게 모아놓아도 되나" 불안감도
100m 줄 늘어선 공항 검역대…홍콩·마카오 승객들도 입국 진땀
검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나라 '관문'인 공항의 검역 문턱을 대폭 높이면서 입국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존에도 복잡하고 까다로웠던 '특별 검역 절차' 대상이 확대되고, 동시에 강도까지 더해지면서 '오염지역'에서 온 승객들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빡빡한 검역 장벽에 진땀을 뺐다.

검역 당국은 12일 0시부터 신종코로나 '오염지역'으로 홍콩과 마카오를 추가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특별 검역절차 대상이었던 중국발 항공기 승객뿐 아니라 홍콩·마카오발 항공기 승객도 다른 지역 승객들보다 까다로운 검역을 통과해야 입국이 가능해졌다.

이날 오후 2시께 인천공항 제1 터미널에 도착한 홍콩발 캐세이퍼시픽 항공 승객들도 강화된 검역 정책이 적용돼 '전용 입국장'으로 인솔됐다.

이들은 고열·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밝히는 '건강상태 질문서'뿐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원지인 후베이성 체류 사실이 있는지 등을 알리는 '특별검역 신고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질문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당국 관계자들에게 확인을 받고 나서야 검역대로 이동할 수 있었다.

관계자들은 N95 마스크, 고글, 방역복을 갖춘 '완전무장' 상태여서 엄중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승객들은 이어 검역관에게 발열 카메라와 체온계 등으로 발열·호흡기 증상 유무를 확인받았다.

증상이 있다면 즉시 격리된다.

여기서 증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사람은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안내를 받았다.

100m 줄 늘어선 공항 검역대…홍콩·마카오 승객들도 입국 진땀
이 애플리케이션은 iOS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모두 설치가 가능했다.

입국장 곳곳에 서 있는 간판의 QR코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가리키거나, 주소를 직접 입력하면 설치 페이지가 나왔다.

외국인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장에는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됐다.

이 앱으로 입국자들은 자신의 여권정보와 연락처, 위치정보를 등록해두고 코로나19 감염증 증상이 나타나는지 매일 입력하도록 안내받았다.

스스로 증상이 있다고 밝히면 검역 당국이 바로 연락하도록 한 구조다.

앱 설치를 마치면 당국 관계자들에게 자가진단 완료 사실을 확인받고 자신의 전화번호가 실제 국내에서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인지도 검증받는 단계로 진행했다.

이를 위해 입국장에는 당국 관계자 10여명이 승객 한 명 한 명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

연락처 검증을 받고 나서야 입국자들은 검역이 완료됐다는 '검역 확인증'을 받고 입국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검역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린 나머지 불만을 터뜨리는 승객도 있었다.

100m 줄 늘어선 공항 검역대…홍콩·마카오 승객들도 입국 진땀
중국 칭다오에서 조카들을 데리고 입국한 윤모(45)씨는 "전화번호를 확인받는 줄에서만 기다린 시간이 30분을 넘는다"며 "여기 모인 수많은 사람 중에 무증상 감염자가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다닥다닥 모아 놓는 것이 방역인지 감염을 부추기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전용 입국장'에는 애플리케이션 설치와 전화번호 확인 등에 시간이 지연되면서 구불구불한 줄이 최대 100m 가까이 늘어서기도 했다.

비행에 지친 채로 검역 과정까지 통과한 승객들은 대다수가 탈진한 표정이었다.

한편 이날 새로 배포된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스마트폰의 보안 설정을 조정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해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앱 설치·구동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앱에 휴대전화번호와 여권번호를 사실과 다르게 임의로 입력해도 구동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돼 일부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