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신들을 상상하다…노상준 가나아트한남 개인전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동양 고유의 많은 이야기가 잊히고 사라졌다.

신과 신화도 그중 하나다.

서양 신화에 나오는 신의 모습은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동양의 신적 존재는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용산구 가나아트 한남에서 막을 올린 노상준 개인전 '소환: 사라진 신들'은 전시 제목처럼 동양 신들을 불러낸다.

골판지를 활용한 작고 섬세한 미니어처 종이 조작으로 다채로운 풍경을 재치있게 묘사하는 작가가 나무 조각으로 잊었던 과거 신들을 소환한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이자 신화집인 '산해경'을 작업 원전으로 삼았다.

중국과 그 주변에 사는 기묘한 신과 인간에 대한 기록으로, 치우·풍백·하백 등 한국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들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신들에 대한 문헌 묘사에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조각으로 구현했다.

후대에 그린 삽화를 참고하지 않고 오로지 글만 토대로 재해석해 신들의 형상을 만들었다.

자연 기운을 담은 재료이자 사찰이나 신당 신상에 사용하는 재료인 나무에 본연의 색을 가리지 않는 기법으로 색칠했다.

완성된 20개 나무 조각은 인간과 동물이 결합한 독특한 외양을 했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고대 아시아 자연관을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반인반수 괴물 취급을 받는 서양과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동물 모습을 한 신적 존재를 좋은 의미로 숭배했다.

작가가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존재들은 기괴한듯하면서도 정겹게 다가온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선조들의 신화적 산물을 재조명하고, 인간과 신이 공존하던 시대에 살던 선조들의 상상력 가득한 세계관을 조형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