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겨울음악제 개막공연 '베토벤 트리오 본'

"베토벤의 음악은 당대의 컨템포러리 음악이었지만 작곡된 지 이미 200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감동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죠.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베토벤을 독창적으로 연주해야 할 사명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그의 정신과 메시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죠."
독일 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트리오 '베토벤 트리오 본'의 첼리스트 그리고리 알럼얀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베토벤 음악의 현대적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베토벤 트리오 본은 2005년 바이올리니스트 미카일 오브러츠키, 첼리스트 알럼얀이 중심이 돼 독일 본에서 결성한 트리오다.

2015년 피아니스트 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합류하면서 현재의 '완전체'가 됐다.

이 교수는 뉘른베르크 음대, 쾰른 음대 등 독일에서만 15년을 공부한 독일 음악 전문가다.

"청중 모두 마스크 착용…그들의 열정에 놀랐다"
이들은 지난 9일 개막한 2020 대관령겨울음악제 개막 공연 무대에 섰다.

베토벤 트리오 본이 한국에서 연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유령',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삼중주 1번', 셰드린 '세 개의 유쾌한 소품', 멘델스존 '피아노 삼중주 2번'을 선보였다.

"중국과 일본에서 연주해봤지만, 한국에서 연주한 건 처음이었죠. 청중들이 많이 오셨는데 모두 마스크를 쓰고 계셨어요.

처음 보는 놀랄만한 풍경이었죠. 신종 코로나를 염려하는 마음이 컸음에도 그처럼 많이 찾아주신 건 음악에 대한 열정이 컸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들의 열정에 놀랐고, 감동했습니다.

"(오브러츠키)
베토벤 트리오 본은 결성 후 남아프리카에서 스페인, 오스트리아,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했다.

그간 석 장의 음반도 냈다.

베토벤부터 알렉산드르 알라비예프까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른다.

독일음반비평가상을 비롯한 여러 상에 지명되며 주목받았다.

"'베토벤 트리오 본'이라는 팀명대로 베토벤 음악만 하는 건 아닙니다.

러시아 음악과 낭만주의, 스비리도프(1915~1998)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현대 음악을 발굴하는데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올해는 베토벤 트리오를 새롭게 편곡한 곡도 음반으로 낼 예정입니다.

"(이진상)
트리오를 하다 보면 음악관에 따라 이견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이견에 따른 멤버 간 충돌은 없었을까.

"음악적 견해가 달라 심하게 충돌한 적은 없었어요.

제가 한국에 있어서 매일 함께 연습할 수는 없게 됐죠. 하지만 음악에 대한 철학이 비슷하고, 테크닉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상태라면 매일 얼굴을 보고 연습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수준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상대가 어떻게 호흡하는지, 어떤 성격인지를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죠. 오랜 세월 동안 알아 왔기 때문에 서로의 호흡과 성격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 (이진상)
베토벤 트리오 본은 재능있는 한국 연주자들의 고향에서 연주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뛰어난 한국 음악가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런 음악가들이 자란 곳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한국은 청중과 음악가들의 열정이 엄청난 곳이어요.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한국의 장래가 밝아 보였습니다.

"(알럼얀·오브러츠키)
"청중 모두 마스크 착용…그들의 열정에 놀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