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지푸라기' 김용훈 감독 등 주목

"봉준호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매우 혁신적인 한국 영화계에 걸맞은 보상이다."

영국의 가디언이 올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수상한다면 그 의미에 대해 평가하며 쓴 글이다.

이처럼 한국 영화는 물론이고 외국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은 하루아침에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2000년 초반 황금기를 누린 한국 영화의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시기 봉준호 감독은 사회의 어두운 진실을 보여주는 '살인의 추억'과 '마더' 등을,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복수 시리즈를 내놨다.

이창동 감독은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오아시스'와 '박하사탕'을 내놨다.

이들 영화와 감독은 모두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가디언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 영화계는 체급을 불문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독창적인 영화 산업을 이뤄왔으며, 봉준호와 '아가씨'의 박찬욱, 영화제 단골손님 홍상수와 김기덕, '버닝'의 이창동을 탄생시켰다"라고 평가했다.

이런 혁신성과 역동성은 200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계에 천편일률적인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주춤했다.

한국 영화는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을 받았고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외에는 해외에서 주목하는 감독도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영화인들은 포스트 봉준호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흥행을 염두에 둔 획일화한 제작 공정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제2의, 제3의 봉준호가 나오려면 정부를 통한 체계적인 지원이나 대기업 지원 등 개인의 재능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흥행 실패를 피하려 '천만 영화' 흥행 공식에다, 배우 캐스팅에 의존해 영화를 만드는 태도는 종식돼야 한다"고 전했다.
'기생충' 탄생시킨 한국영화계…포스트 봉준호는 누구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전 세계가 한국의 젊은 감독과 배우를 주목하고 있다.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의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미국 최고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지난해 김보라 감독은 데뷔작 '벌새'로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36관왕을 달성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로 지난달 열린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다.

이 영화는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범죄극이다.

데뷔작 '파수꾼'으로 호평받은 윤성현 감독 신작 '사냥의 시간'은 오는 20일 개막하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대됐다.

이 영화는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야기를 그리는 스릴러다.

봉준호 감독도 아카데미 수상 후 기자간담회에서 "선댄스 영화제에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며 "미국에 있는 한인들을 억지로 어떤 흐름으로 따지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많은 재능을 꽃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포스트 봉준호가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기생충'과 같은 창의적인 영화가 제작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제2, 제3의 봉준호 감독이 나올 수 있도록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육과정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봉 감독도 영진위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 연출전공 11기다.

영진위는 이어 "한국영화 브랜드의 열풍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이번달 말 개최되는 베를린국제영화제부터 '영 코리안 시네마' 캠페인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