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대사 훈민정음 창제 주역으로 부각한 내용 모두 수정

조선시대 승려 신미대사를 한글 창제 주역으로 묘사해 역사 왜곡 논란을 빚었던 충북 보은 속리산 '훈민정음마당'이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마치고 '정이품송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역사 왜곡 논란 보은 훈민정음마당, '정이품송공원'으로 재탄생
10일 보은군에 따르면 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수공사를 마친 정이품송공원이 지난달 중순 이후 일반에 공개됐다.

애초 지난해 11월 준공한 정이품송공원의 원래 이름은 훈민정음마당이었다.

보은군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55억원을 들여 조선 초기 승려이자 지역의 인물인 신미대사의 설화를 활용해 공원을 꾸몄다.

공원에는 신미대사가 '월인천강지곡'의 저자이며, '석보상절' 간행에 기여함은 물론 훈민정음 창제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기록됐다.

하지만 세종대왕보다 신미대사를 더 부각해 한글 단체 등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7월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가 신미대사를 한글 창제 주역으로 내세웠다가 역사 왜곡 논란을 빚자 훈민정음마당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 한글 관련 단체로 구성된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은 같은 해 9월 보은군을 직접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역사 왜곡 논란 보은 훈민정음마당, '정이품송공원'으로 재탄생
결국 보은군은 신미대사만 강조한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한글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신미대사를 소개한 문구 중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이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훈민정음 보급에 많은 공로를 남겼다'고 수정했다.

8개 담장에 적혀 있던 한글 창제 이야기는 신미대사와 복천사(현 속리산 복천암, 신미대사가 출가하고 입적한 곳) 관련 글로 바꾸고, 훈민정음 창제 관련 인물 7인 사이에 놓였던 세종대왕 동상도 다른 곳으로 옮겼다.

한글 창제 대신 지역 역사에 맞는 신미대사와 정이품송을 토대로 공원을 새롭게 꾸몄다는 게 보은군의 설명이다.

공원 명칭 변경 역시 같은 맥락이다.

보은군 관계자는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다 보니 공원 조성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내용을 바로잡은 정이품송공원이 지역 명소가 돼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은 지난 7일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원을 재단장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정상혁 보은군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