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 달라질 듯…K 시네마 붐 다시 인다"
"제2, 제3의 봉준호 나올 수 있게 영화계 토양 바꿔야"
[아카데미] 박찬욱 등 한국영화계 "진심으로 축하"
"영화 '기생충'과 관련된 사람들, 이런 큰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동시대 동종업계에서 일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찬욱 감독은 '기생충'이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4관왕을 차지한 데 대해 아낌없는 축하를 건넸다.

박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친분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한국 영화를 세계 알리는 데 기여한 두 사람은 2017년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때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박찬욱)과 경쟁 진출작 감독('옥자')으로 만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 11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선 "봉 감독이 '설국열차'와 '옥자'를 지나서, 완전히 한국 영화로 돌아왔을 때 한국 언어, 한국 사회, 한국인으로 돌아왔을 때, 그동안 내면에 쌓여온 어떤 통찰이 폭발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박찬욱 등 한국영화계 "진심으로 축하"
국내 영화인들도 할리우드에서 전해진 낭보에 축하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극장가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들려온 희소식이어서 기쁨도 컸다.

최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공포 영화 '클로젯'에 출연한 김남길은 연합뉴스에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숙주'마저 놀라게 했다.

독창적인 변주로 새로운 문법을 제시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이치"라며 "'기생충'에 놀라운 에너지를 불어넣은 봉준호 감독을 포함해 모든 영화인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충무로에 개성 넘치고 신선한 영화들이 더 많이 나오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기생충' 주인공 이선균과 tvN 예능 '시베리아 선발대'에 함께 출연했다.

영화 '시동' '사냥의 시간'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 박정민은 "'기생충'이 기생충했다.

(Parasite Did Parasite) 마땅하고 합당한 결과"라며 "영화를 만드신 모든 분이 모자람 없이 행복하길 바란다.

남김없이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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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 바라보는 시선 달라질 것"
영화계는 '기생충' 수상이 한국 영화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봉 감독도 각종 수상 직후 "내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혼자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 역사 속에서 김기영처럼 많은 위대한 감독이 있었다"며 한국영화계 전체로 공을 돌리곤 했다.

'버닝' 제작자이자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기생충' 성과는 정말 대단한 것"이라며 "세계영화 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닝'은 지난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 10편에 포함됐으나 아깝게 본선 관문에서 탈락했다.

[아카데미] 박찬욱 등 한국영화계 "진심으로 축하"
이 대표는 "할리우드 진출과 같은 간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기생충'처럼 한국 영화 그 자체가 미국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기존에도 할리우드 플레이어들은 한국의 주요 영화들을 챙겨봤지만, 일반 관객들은 한국 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수상은 산업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과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세계 변방에 있던 한국 영화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이나 배우들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며 "할리우드 주류에서도 통하는, 상업성과 예술적 성취를 이뤄낼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한국 영화 위상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아카데미] 박찬욱 등 한국영화계 "진심으로 축하"
◇ "제2의 봉준호 나오려면 영화계 풍토 달라져야"
영화인들은 봉준호 같은 '천재'가 더 나오려면 한국영화계 토양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00년대 황금기를 누리며 해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 영화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것이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2000년대 중후반 한국 영화 산업이 기울기 시작한 주요 이유는 흥행을 염두에 둔 획일화한 제작 공정 때문"이라며 "그나마 봉준호라는 영화 천재가 나타나 이런 상황을 구제한 셈"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 박찬욱 등 한국영화계 "진심으로 축하"
전 위원장은 "제2의, 제3의 봉준호가 나오려면 정부를 통한 체계적인 지원이나 대기업 지원 등 개인의 재능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흥행 실패를 피하려 '천만 영화' 흥행 공식에다, 배우 캐스팅에 의존해 영화를 만드는 태도는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젊은 감독들이 최근 등장하는 현상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의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미국 최고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지난해 김보라 감독은 데뷔작 '벌새'로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각종 영화제 러브콜을 받은 홍상수 감독은 신작 '도망친 여자'로 이달 20일 개막하는 제70회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또다시 진출했다.

그의 경쟁 부문 진출은 이번이 4번째다.

전 위원장은 "최근 일련의 낭보들이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고조하는 시너지 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며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특별전이나 봉준호 회고전 등이 기획되면서 'K시네마' 붐이 다시 만들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