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도 '기생충'이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2020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됐다. '기생충'으로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했던 봉준호는 감독상까지 받으며 오스카에서 3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봉준호 감독은 "국제영화상 수상하고 오늘 할 일 끝났구나 싶었다"며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어릴 때 영화 공부할 때 가슴에 새긴 말이 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이라는 것이라는 말을 책에서 읽었다"며 "그 말은 마틴 스콜세지가 한 말이었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에 마틴 스콜세지는 고마움을 드러냈고,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마틴 스콜세지는 '아이리시맨'으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감독상 경합을 벌인 인물이다. 마틴 스콜세지 외에 '1917'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등 할리우드 거장들이 감독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봉 감독은 "제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를 보며 공부했던 사람인데,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같이 후보에 오른 감독 모두 제가 존경한다"며 "오스카가 허락만 한다면 텍사스 전기 톱으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고 유머러스한 소감으로 마무리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감독이 수상한 건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유일하다. 이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로 오스카를 차지했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감독만 아시아계일 뿐 할리우드의 자본과 배우들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였다는 점에서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의 성과는 남다르다는 평이다.

감독상 호명에 앞서 '기생충'은 각본상과 국제영화상도 수상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작품도 '기생충'이 처음인데 3관왕을 차지한 것.

영어가 아닌 외국어 영화가 각본상을 수상한 것은 2003년 '그녀에게'의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기생충'은 '나이브스 아웃'(라이언 존슨), '결혼이야기'(노아 바움백), '1917'(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 함께 후보에 오른 쟁쟁한 작품을 제치고 각본상 영예를 안았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각본을 함께 작업한 한진원 작가와 함께 무대에 올라 "감사하다"고 말했다. 봉준호는 "시나리오를 쓰는 건 고독한 작업"이라면서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건 아니지만 이건 한국의 첫 오스카다. 고맙다"며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또 "영감을 준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제 대사를 화면으로 옮겨준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국제영화상 수상 후에는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처음으로 바뀐 이름으로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가치에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만든 배우 스태프가 여기 와 있다"며 송강호부터 호명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소개에 배우들이 기립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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