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역사학 전공자 10명이 쓴 '중국음식문화사'
수천년간 색·향·맛 발전시킨 중국음식 이야기

미국에서 활동한 대만 출신 고고학자 장광즈(張光直, 1931∼2001)는 중국 주나라 관직 제도를 기록한 책 주례(周禮)에 실린 인사 기록을 보면 음식의 중요성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주례에 따르면 왕궁 운영을 담당한 인원 중 약 60%가 음식을 다뤘다.

162명이 왕·왕비·세자가 먹을 메뉴를 만들었고, 적게는 수십 명에서는 많게는 수백 명이 곡물·채소·육류·생선·음료·얼음·소금 관련 업무를 각각 맡았다.

예부터 식사는 중국 의례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했고, 중국인들은 '음식 지향적'인 문화를 오늘날까지 유지했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원인으로 박쥐가 지목되면서 중국을 향해 독특하고 생경한 동식물을 음식 재료로 활용한다는 비난이 가해지기도 했지만, 세계 곳곳에서 많은 중국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장광즈를 비롯해 그가 미국 대학에서 인류학과 역사학을 가르친 학자 10명이 쓴 '중국음식문화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 중국음식 문화 특징을 기술한 통사다.

원서는 1977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장광즈는 서문에서 "중국인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일부를 구성하는 언어 표현을 돕기 위해 불가피하게 음식을 사용했다"며 "음식에는 헤아릴 수 없는 다양성이 있으며, 그 다양성은 말로 전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미묘하게 표출된다"고 주장한다.

고대부터 이어진 중국인의 음식 사랑을 입증하는 예는 1970년대 발굴조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세계 고고학계 이목을 끈 후난성 창사(長沙) 외곽 마왕퇴(馬王堆) 무덤이었다.

전한시대(기원전 202년∼기원후 8년) 제후국 승상을 지낸 이창(利倉) 부인 신추(辛追)는 미라 상태로 발견됐는데, 몸에서 멜론 씨앗이 나왔다.

또 무덤 매장품에는 음식이 담긴 대나무 통과 질그릇 수십 개도 포함됐다.

음식 중에는 토끼·기러기·비둘기·올빼미·참새·잉어·쏘가리 등 각종 육류와 어류는 물론 계피와 산초 같은 향신료도 있었다.

국제적이고 개방적 문화를 구축한 당대에 이르자 중국 음식문화는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남부 지방 원주민은 물소 위장에 든 내용물이나 끓인 개구리를 먹기도 했다.

아울러 형태와 색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기술도 발달했다.

중국은 끊임없이 외부와 교류하면서 융통성과 적응력을 바탕으로 음식문화를 확장했다.

저자들은 중국인들이 음식의 색·향·맛에 지속해서 관심을 보였다면서 "오리구이는 황갈색이어야 하고, 생선찜은 참기름으로 조리돼야 하며 싱싱한 생강 뿌리와 파를 사용해 미묘한 맛을 내야 한다"고 설명한다.

비록 개혁·개방 이후 시기는 다루지 않았고 다소 딱딱한 학술서이지만, 중국 음식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려고 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대학에서 음식사회학을 강의하기도 한 이시재 가톨릭대 명예교수가 6년에 걸쳐 번역했다.

일조각. 552쪽. 4만5천원.
수천년간 색·향·맛 발전시킨 중국음식 이야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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