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사진=연합뉴스
김용민/사진=연합뉴스
김용민이 MC직에서 자진하차했지만 '거리의 만찬'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7일 KBS 측은 "'거리의 만찬' 시즌2를 앞두고 김용민 씨가 자진하차하면서 프로그램 제작이 원점에서 다시 논의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본래 오는 12일로 예정됐던 간담회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프로그램이 재정비되면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거리의 만찬'은 이슈 현장을 직접 찾아간다는 콘셉트로 2018년 7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KTX 해고 승무원을 담아내며 호평받았고, 정규 편성 후 스쿨 미투를 이끈 청소년, 성추행 위협을 받았던 여성 방문 노동자들의 사연을 담아내며 호평받았다.

방송인 박미선, 가수 양희은, 이지혜가 여성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내세워 심도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 호평받았다. 하지만 돌연 박미선, 양희은, 이지혜가 하차하고 정치색이 뚜렷한 시사평론가 김용민과 배우 신현준을 MC직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더욱이 김용민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을 언급하며 "강간해서 죽이자"고 2012년 총선 당시 발언한 내용이 알려져 논란이 됐고,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 팔자"라고 말하는 등 선을 넘은 발언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지난해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용민TV'를 통해 버닝썬 사건을 희화화한 '버닝선대인'이라는 코너를 선보였다가 "성폭력·마약·불법촬영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을 웃음거리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김용민이 '거리의 만찬' 새 MC로 발탁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4일 KBS 시청자권익센터 청원게시판에는 MC 교체를 반대하는 청원글이 올라왔고, 6일까지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하며 "MC교체가 프로그램 성격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에 양희은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거리의 만찬'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며 "그 후 좀 시끄럽다. 청원이 장난 아니다"는 글을 남겼다. '잘렸다'는 표현으로 일방적인 하차 통보설을 암시한 것.

결국 김용민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양희은 선생께서 '거리의 만찬'에서 하차하신 과정을 알게됐다"며 "그렇다면 제가 이어받을 수 없는 법"이라며 '거리의 만찬' 진행자 자리를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리의 만찬' 제작진은 MC 교체에 대해 "시청률 경쟁을 비롯한 대내외적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저희 프로그램에도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제작진은 오랜 고심 끝에 자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었고, 김용민 씨 또한 자진하차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저희 제작진도 그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 제작진은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모든 의견들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는 뜻을 드러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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