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최은영·황정은 등 작가들 "앞으로도 이상문학상 거부"
이상문학상 파문 절필선언 윤이형 "선택 되돌리지 않겠다"
저작권을 둘러싼 이상문학상 파문과 관련해 절필을 선언한 소설가 윤이형이 문학사상의 공식 사과와 수습책 제시에도 작품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이형은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선택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라며 "장난이나 딜을 한 것도 쇼를 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가가 글 한 줄 쓸 때 어떤 각오로 써야 하는지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배, 후배, 동료작가들과 모든 편집노동자들로부터 배웠다"며 "지금껏 그렇게 써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산다"고 덧붙였다.

윤이형은 개명과 성형수술까지 언급하며 작가 생활을 영원히 중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장문을 쓸 때 당연히 소송까지 각오하고 썼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도 대충 안다"라며 "이름을 바꾸고 살 거고 성형수술이라는 말까지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저의 어리석음, 잘못도 있는데 도대체 이만큼의 대가를 치를 만큼 큰 잘못이었나 싶다"라며 절필 선언으로 손해를 끼친 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그는 "계약과 약속들을 줄줄이 파기해서 너무 많은 분들에게 손해를 끼쳤다.

동료 작가들에게 끼친 절망감과 손해도 되돌릴 수 없다"라며 신작 관련 행사 두 건에는 마지막으로 참석해 독자들에게 인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윤이형은 지난달 31일 이상문학상과 문학계의 부당함과 불공정함을 비판하면서 작가 활동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문학사상사 대표를 향해서는 공식 입장 표명과 사과, 운영 방식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번 파문은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가 저작권을 일정 기간 양도하라는 출판사 요구를 문제 삼아 상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문학사상은 애초 지난달 6일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기했다.

한 달여 간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없는 가운데 윤이형의 절필 선언은 동료 작가들의 문학사상 업무 거부 운동과 독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파장이 커지자 문학사상은 지난 4일 공식 사과하고 올해 수상자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로 지적된 계약 조항은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에 관한 사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하고,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최종 입장문에 우수상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우수상에 대해서는 조건을 두지 않기로 했다.

애초 우수상에 대해서는 수상 조건이 없으나 지난해와 올해 업무상 착오로 계약서가 잘못 전달됐다는 게 문학사상의 해명이다.

문학사상 입장 발표에도 작가들은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올해 우수상을 거부한 김금희는 트위터 글에서 "앞으로 수상자, 수상후보, 심사대상 어디에도 제 이름이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출판과 관련된 불합리나 관행들을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조금 마련된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이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존엄을 지켜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노력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은영은 "제가 바라는 사과는 '처음부터 이사진과 대표가 우수상 수상작에 대한 부당한 동의서를 마련했다'라는 사실 인정 그 자체였다"라며 "저는 끝까지 사과받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상문학상 심사 대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며, 문학사상과 관련된 어떠한 업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학사상 업무 거부 운동에 나선 작가 황정은도 "노력하겠다고 했으니 일단 지켜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라면서도 "문학사상사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출판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저작권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에 작가 단체들과 논의해 유의미한 개선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라며 "출판사들은 저자의 저작권 보호 및 합리적인 계약서 작성과 이행에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러한 전근대적인 행태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되며 하루속히 관행이 타파돼야 한다"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창작자와 편집자를 위한 저작권 실무 가이드북'을 발행하고 표준 출판계약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