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르노삼성자동차가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에 이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생산 라인이 전방위로 멈춰서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부품 재고가 소진되는 11일께부터 2~3일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차량 전체에 인체 신경망처럼 설치돼 차량 내 전기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부품이다. 설계 단계부터 차량에 맞게 제작되기 때문에 대체품을 찾기 어려워 재고를 대량 확보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처음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춘제 연휴로 공장을 멈췄던 중국 업체가 연휴가 끝나는 10일 이후 공장을 정상 가동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며 "공장을 재가동하는 데 준비 시간이 걸려 단기간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되는 부품은 수십가지"라며 "중국업체들이 공장을 가동해도 통관, 물류 여건 따라 소요되는 기간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쌍용차현대차도 단기 휴업을 발표했다. 쌍용차는 4일부터, 현대차는 7일부터 국내 모든 공장이 문을 닫는다. 현대차가 파업이 아닌 부품 공급 차질로 생산을 중단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만도기계 공급중단에 따른 휴업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GM도 공식적으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정이 딱히 다르지 않다.

기아자동차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 감산을 통해 사태에 대응할 방침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기아차는 생산량 조정을 통해 이번주 가동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청업체들도 생산량 조절과 가동 중단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생산라인 초기에 들어가는 부품이어서 이를 빼 놓고 차를 만들 수는 없다. 첨단 기술이 필요하진 않지만 인건비 등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국내 부품 하청업체들이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급에 애를 먹는 부품은 와이어링 하네스이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부품이 중국으로부터 조달된다"며 "부품사들이 중국에서 공급받는 부품들까지 포함하면 숫자가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