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 콘서트 /사진=해당 공연 포스터
'미스트롯' 콘서트 /사진=해당 공연 포스터
"국민청원이라도 해야 되겠습니까?"

'내일은 미스트롯 전국투어콘서트 청춘'(주최 TV조선·포켓돌스튜디오, 이하 '미스트롯' 콘서트)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16번째 확진자가 나온 광주에서의 공연을 강행해 예매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공연 연기나 취소가 아닌, 개별 취소 요청자에 한해서만 전액 환불이 이뤄지고 있어 예매자들의 불안과 불편함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 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광주에 사는 42세 여성이 16번째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광주에서도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역사회는 그야말로 비상사태에 빠졌다. 16번째 확진자가 입원 치료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광주21세기병원은 휴업조치에 들어갔고, 광주시는 5개 구청, 의사회, 대학 병원, 교육청, 각 대학, 경찰, 출입국 사무소, 식약청, 군부대 등 기관·단체장과 함께 유관 기관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다.

공연 및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 및 잠정 연기됐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18일 '가족 뮤지컬 엘사', 22일 '2020 김연자 라이브콘서트', 25일 '광주Youth Singers 제2회 정기연주회', 28일 'DANCEPLUS ACADEMY SHOWCASE', 29일 '2020 TOWN MAGAZINE 2월호', 3월 10일 '음악회 GSO 11시 클래식, 비엔나의 아침', 3월 26일 'GSO 제351회 정기연주회 Beginning of 20th Century'의 취소 소식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광주시는 광주국악상설공연과 전시, 체육행사 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스트롯' 콘서트는 변동없이 진행된다. '미스트롯' 콘서트 측은 예매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관객에 한해 수수료 없이 취소를 진행해주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공연은 변동없이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예매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공연 진행 여부의 결정 권한은 당연히 주최 측이 쥐고 있는 것이지만 우한 폐렴 확진자가 여전히 추가로 발생하고 있고, 공연이 열리는 광주에서도 나온 상황에서 예매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무리한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미스트롯' 콘서트 광주 공연 /사진=인터파크 예매페이지 화면 캡처
'미스트롯' 콘서트 광주 공연 /사진=인터파크 예매페이지 화면 캡처
예매페이지에는 불안감이 담긴 예매자들의 문의글이 쇄도하고 있다. 예매자들은 "광주에서 확진자가 나오니 부모님께서 가시기를 꺼려 하신다",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경우는 재난이니 공연을 연기하거나 전체 취소해야하지 않느냐", "목숨을 담보로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100프로 환불해주는 게 엄청난 선심인 듯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난리인 바이러스에는 조용한 공연팀", "목숨 걸고 와서 공연 보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처사다", "국민 청원이라도 들어가야 하냐" 등의 글을 남기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취소해야하는데 고객센터와의 연결마저 순탄치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앞서도 '미스트롯' 콘서트 측은 우한 폐렴 우려가 거센 지난 1일에도 강릉에서의 공연을 그대로 진행했다. 콘서트 하루 전, 공연 관계자는 한경닷컴 측에 "취소 문의가 있다면 주최 측인 포켓돌스튜디오 측에서 연락이 올 텐데 아직까지 아무 말이 없다.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강릉은 12번째, 14번째 확진자가 1박2일로 여행을 즐긴 곳이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들은 강릉의 호텔, 음식점, 커피숍 등을 방문했다. 전염성이 높은 우한 폐렴의 특성상, 확진자의 동선에 따라 어느 지역에서든 추가 확진자가 발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미스트롯' 콘서트 측은 광주 공연에 대한 선택을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돌렸다. 공연은 그대로 진행되니 취소를 원하는 사람들은 수수료 없이 환불해주겠다는 식이다. 과연 이것은 '미스트롯' 출연진들을 애타게 기다린 예매자들을 위한 선택일까? 그렇다면 선택의 자유 없이 무대에 올라야 하는 아티스트의 건강은 누가 책임질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우한폐렴에 대한 우려로 문화 공연계 각종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 위너와 악동뮤지션(AKMU)의 공연을 취소했다.

19일 개봉 예정이었던 ‘레미제라블 : 뮤지컬 콘서트’도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우려로 개봉일을 3월 26일로 변경하고 7일 예정됐던 시사회도 취소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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