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주 기자의 [너의 이름은] 35번째

당초 예상 뒤엎고 '모친' 이명희 조원태 지지
조현아·조원태 사이서 주주들 선택 초미의 관심사
왼쪽부터 조원태, 이명희, 조현민, 조현아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조원태, 이명희, 조현민, 조현아 [사진=연합뉴스]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변곡점을 맞았다. 당초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해졌던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예상을 뒤엎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4일 한진그룹은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23일 가족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두 사람이 특정인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입장문에서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외 경영 환경이 어렵지만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에게 사랑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위기에 놓였던 조 회장은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한진칼 주식을 공동 보유하기로 하고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어느 특정 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증진하며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었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전 부사장에게 등을 돌린 결정적 계기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에도 총수 일가는 여전히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그룹 내 가족 간 분쟁의 이미지가 강한 한진그룹의 시작은 지금과 달랐다.

한진그룹은 해방 직후인 1945년 25살이던 조중훈 창업주가 인천 해안동에서 '한진상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낡은 트럭 한 대로 화물운송사업을 시작한 것이 모태다. '한진'이라는 이름은 '한민족(韓民族)'의 '전진(前進)'이라는 포부를 담은 두 단어에서 한 글자씩 따왔을 정도로 국가를 위한 수송보국과 단합을 경영 제 1원칙으로 앞세웠다.

1956년 주한미군과 군수물자 수송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의 기틀을 다진 한진상사는 1958년 한진상사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 1960년 '한국항공(Air Korea)'을 설립하면서 비행기 대절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진상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빚더미에 오른 공기업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달라고 부탁을 받게 됐다. 대한항공공사는 앞서 공매에서 응찰자가 없을 정도로 부실기업이었다. 조 회장은 사실상 강제로 떠안은 공사를 '대한항공'으로 이름을 바꾸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인수한 그 해 대한항공은 보잉 720기를 도입, 국제선에 투입해 본격적으로 항공운송 사업에 뛰어들어 지금의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탄생됐다.
대한항공 A330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A330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현재 안팎으로 안정화가 절실하지만 국민들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 싸움에 싸늘한 반응이다. 수년간 갑질 논란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공통된 정서여서다. 지분율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경영권 소유 여부를 주주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다음 달 한진그룹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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