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상자 발표 안한다…저작권 관련 규정·운영방식 수정키로
문학사상, 이상문학상 사태 공식사과…"계약조건 전면 시정"
저작권을 둘러싼 이상문학상 파문과 관련해 문학사상사가 4일 공식 사과하고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계약 조건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올해 수상자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문학사상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임지현 대표이사 명의 공식입장문에서 "제44회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와 그와 관련해 벌어진 모든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김금희 작가, 최은영 작가, 이기호 작가, 윤이형 작가를 비롯해 이번 사태로 상처 입으신 모든 문인 분들께 먼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께 큰 실망을 드린 점 역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학사상은 문제로 지적된 이상문학상 수상 합의 사항은 전면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시작이었던 우수상 수상 조건은 모두 삭제하고, 대상 수상 합의서 내용은 수정한다.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에 대한 사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내용의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할 방침이다.

문학사상은 "이는 지금까지의 이상문학상 수상자 모두에게 적용된다"며 "규정을 지켜주신 수상자분들께는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입장 발표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서는 최근 본사 편집부 직원들이 대거 퇴사해 파악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논란 초기 '직원 실수'라고 해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준 없이 행해져 오던 일들을 직원의 책임으로 전가한 것에 대한 깊은 부끄러움을 느낀다"라며 "해당 사태는 본사의 폐습과 운영진의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했음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문학사상은 "본사의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임을 이번 사태를 통해 통감했다"며 "근 50년의 역사 안에서 새로움보다 익숙함과 가까이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폐습을 끊어내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예민함을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출판사는 이번 논란으로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며 작가와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했다.

문학사상은 "좀 더 시대 정서에 걸맞고 수상 작가들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규정과 운영방식 등을 수정해 보다 새로운 이상문학상으로 거듭나려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작가, 독자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체계성과 공정성에 더욱 힘을 가하고자 한다"며 "이상문학상의 권위를 되찾고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향한 시선을 되돌리기 위해 그 어떤 수고도 감당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은 애초 지난달 6일 제44회 수상자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수상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은 저작권을 일정 기간 양도하라는 출판사 요구를 문제 삼아 상을 거부했다.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윤이형이 이상문학상의 부당함과 불공정함을 비판하며 절필을 선언하면서 사태는 확산했다.

동료 작가 수십명은 문학사상사가 정식으로 사과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모든 업무와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독자는 불매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