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최지원(사진)이 제24회 한국발레협회상 ‘올해의 프리마 발레리나’상을 받았다. 선화예중·고, 이화여대를 졸업한 최씨는 2009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지젤’에서 주인공 지젤과 미르타 역,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오딜 역, ‘호두까기인형’의 클라라 역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발레리나 김지영은 애써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객석의 박수는 그칠 줄 몰랐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서의 마지막 공연은 막이 내린 후 더 감동적인 무대를 펼쳐보였다.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오른 ‘지젤’은 열 살 때 처음 토슈즈를 신고 열아홉 살에 최연소로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김지영의 퇴단 무대였다. 30여 년을 걸어온 한 길을 일단락하는 자리. 국립발레단은 발레단 간판스타로 활약해온 김지영과의 작별 무대를 세심하게 준비했다. 오페라하우스 로비 기둥은 다양한 작품 속 김지영의 모습으로 장식했다. 객석 자리마다 야광봉을 비치해 놓고 공연 후 ‘깜짝 퇴단식’ 계획을 관객들에게 안내했다.빨간 커튼에 조명으로 새긴 “아름다운 발레리나 김지영 당신의 춤을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란 문장은 이 특별한 공연을 찾은 팬들을 먹먹하게 했다. 김지영은 마지막 무대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랑에 빠지는 순박한 소녀에서 배신감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여인으로, 못 이룬 사랑에 가슴 시린 지젤로 거듭났다. 그의 연기력은 몰입도를 높였고 섬세한 테크닉은 여전했다.공연이 끝나고 두 번의 커튼콜 후 조명은 어두워졌다. 무대 위엔 김지영만 홀로 남았다. 갑자기 뒤편 스크린에서 영상이 흘러나왔다. 거듭된 연습과 부은 발목, 고된 재활 훈련과 화려한 무대 위 김지영의 모습이었다. 객석을 등지고 선 그는 고개를 떨군 채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과 무대에 오른 수십 명의 단원은 차례로 꽃을 한 송이씩 건네며 포옹으로 김지영의 다음을 응원했다.오페라하우스 박스석까지 가득 채운 관객들은 별모양 야광봉을 흔들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특별 제작한 공연 안내 책자에 김지영이 직접 남긴 글이 목소리가 돼 객석에 전해지는 듯했다. “이 순간을 항상 생각해왔고 어떻게 마무리를 할까 고민했었는데 정작 다가오니 감사한 마음만 쌓였네요. (…) 오늘 저의 춤이 여러분의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겨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349년 역사 파리오페라발레단서 초고속 승진, 亞 최초 제1무용수5일(현지시간)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은 박세은(29)은 노력과 끈기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피라미드 정점까지 이른 인물이다.그는 349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아시아 무용수로는 최초로 제1무용수(프르미에르 당쇠즈·premiere danseuse) 자리까지 올랐다.초등학교 3학년 때 발레를 시작한 그는 어린 시절 발레 영재로 이름을 떨쳤다.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두각을 드러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영재 입학했다.2007년 로잔 콩쿠르에서 1위,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금상 등 세계 4대 발레 콩쿠르 중 세 곳을 휩쓸며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이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지독한 연습 벌레로 유명하다.학생 시절 강도 높은 훈련량 때문에 그에게 붙은 별명이 '빡세은'이다.로잔 콩쿠르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으로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컴퍼니(ABTⅡ)에서 1년여간 연수를 받았고 귀국 후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파리오페라발레에 진출한 이후에는 초고속 승진으로 화제를 뿌렸다.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한 박세은은 2012년 6월 한국 발레리나로는 최초(한국인으로는 발레리노 김용걸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발레단의 정단원으로 발탁됐다.그로부터 6개월 만인 2013년 1월 '코리페'(군무의 선두·파리오페라발레 무용수를 구분하는 다섯 등급 중 네 번째)로 승급한 데 이어 1년도 안 돼 '쉬제'(솔리스트급·세 번째 등급)로 승급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2014년 말에는 '라 수르스(La Source·샘)'에서 '나일라' 역할로 첫 주역 데뷔를 했고 2016년 제1무용수로 번역될 수 있는 '프르미에르 당쇠즈'로 올라섰다.순혈주의가 강하고 엄격한 심사제도에 따른 서열주의가 강한 이 발레단에서 그가 꼭대기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 역시 특유의 집념과 끈기였다.2015년 연습 도중 파트너의 구두 굽에 이마가 찢어져 6㎝를 꿰매는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2주 쉬고 피부색 테이프를 붙인 뒤 공연을 한 일화도 있다.그는 지난 3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것을 잘한다"며 "역할이 오지 않아도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또한 "파리에 7년째 살고 있지만, 발레 생각만 하다 보니 에펠탑에도 한번 못 올라 가봤다"고 말하기도 했다.안정된 테크닉, 다양한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는 다채로운 표현력이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브누아 드 라 당스'까지 거머쥔 그가 파리오페라발레의 에투알(최고 수석·첫 번째 등급) 승급까지 이뤄낼지도 관심사다.프르미에르 당쇠즈까지는 승급 시험을 통해 선발되지만 에투알은 예술감독과 이사회 논의를 거쳐 지명된다.아직 프랑스인이 아닌 에투알은 나온 바 없다./연합뉴스
"음악 표현하는 섬세함이 좀 남달랐던 듯…정년 때까지 파리발레단 있을 계획""예상하지 못했던 상이어서 머릿속이 하얗습니다.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좋은 상을 줘서 너무 감사합니다."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5일(현지시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의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은 박세은(29)은 '발레 여왕'의 자리에 오른 뒤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제1무용수로 활약 중인 그는 수상 이유로 "음악을 표현하는 섬세함이 남들보다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파리 발레단에서 정년인 42세까지 계속 활동하고 싶고 그 뒤 한국으로 돌아갈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다음은 수상 뒤 박세은과의 일문일답.-- 수상 소감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이어서 머릿속이 하얗다.수상 소감 밝힐 때 눈물이 났다.정말 너무 영광스러운 상인 것 같다.항상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좋은 상을 줘서 너무 감사하다.-- 어떤 점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샀다고 보나.▲ 잘 모르겠다.춤의 섬세함을 많이들 얘기해준다.그냥 돌고 뛰고 아름다운 라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표현하는 섬세함이 남들보다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006년 미국 IBC(잭슨 콩쿠르) 금상 없는 은상, 2007년 로잔 콩쿠르 1위,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금상에 이어 브누아 드 라 당스도 정복했다.세계 주요 발레 콩쿠르를 휩쓸어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리는데.▲ 시상식 일주일 전에 모스크바에 와 지난달 말에 볼쇼이 극장에서 세계 유명 무용수들과 함께 갈라 공연을 했다.세상에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감히 발레를 하나 싶어 충격을 받았다.너무 큰 충격을 받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상을 받게 돼 또 충격이다.-- 조지 발란신의 '주얼'(Jewels:보석) 3부작 중 '다이아몬드'로 상을 받았는데 수상 후 갈라 연기는 '에메랄드'로 했다.이유는.▲ 다이아몬드의 남자 파트너 무용수가 다쳐서 어쩔 수 없이 에메랄드로 바꿨다.-- 앞으로의 계획은.▲ 파리로 돌아가서 주어진 많은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무대에 올리고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할 생각이다.파리 발레단에선 정년이 42세까지인데 정년 때까지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싶고 그 후에 한국으로 돌아갈지 프랑스에 남을지는 아직 결정 안 했다.-- 지금 가장하고 싶은 일은.▲ 가족하고 통화하고 싶다.항상 한국에서 응원해주는 부모님께 감사하고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해 주신 선생님들께도 감사하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