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의한, 여성의 이야기…영화 '작은 아씨들'
마치 가(家)의 네 자매 메그, 조, 베스, 에이미 이야기. 누구나 어렸을 적 한 번쯤은 읽어봤을 루이자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 내용이다.

'작은 아씨들'은 이미 수많은 영화와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돼 책을 모두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 네 자매 이야기는 익숙하다.

'레이디 버드'(2018)의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 익숙한 이야기에 현대적인 색채를 넣어 새 영화 '작은 아씨들'을 탄생시켰다.

사회 각계에서 점점 커지는 여성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강조해 만든 듯한 이 영화는 원작이 단순한 아동용 소설이 아니라,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는지를 되새김질하게 한다.

여성에 의한, 여성의 이야기…영화 '작은 아씨들'
마치가의 둘째 조 마치(시어셔 로넌 분)는 뉴욕에서 글을 쓰며 살아간다.

공포 소설을 집필해 신문에 싣기도 하지만 자기 이름을 걸고 책을 출판하지는 못하는 상태다.

첫째 메그 마치(엠마 왓슨)는 가난한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를 키우며 근근이 생활한다.

비싼 실크 옷감을 충동적으로 구입하고는 죄책감을 느낀다.

막내 에이미 마치(플로렌스 퓨)는 화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좇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한다.

그 또한 자신에게 재능이 있을 뿐 천재성은 없다는 사실에 좌절해 있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부잣집 남성과 결혼하려 한다.

영화는 이처럼 자매들의 현재 모습을 먼저 보여준 뒤 조의 회상을 통해 과거로 돌아간다.

조가 셋째인 베스(일라이자 스캔런)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여성에 의한, 여성의 이야기…영화 '작은 아씨들'
조의 기억 속 자매들은 꿈 많고 사랑스러운 여성들이었다.

배우가 되고 싶던 첫째 메그는 약간의 허영은 있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셋째 베스는 자매 중 수줍음이 가장 많았으며 피아노를 매우 잘 치고 음악가가 되고 싶어했다.

그는 자매 중에서도 가장 책임감이 강했다.

성공한 화가가 되고 싶어한 에이미는 자매 중 가장 제멋대로였지만 미워할 수 없었다.

조와 싸우고 그의 첫 원고를 불태워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자매들과 친하게 지내던 옆집 소년 로리(티모테 샬라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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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르지만 모두 꿈이 있는 네 자매, 특히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조를 통해 영화는 당시 사회가 여성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억누르도록 강요했음을 강조한다.

독신으로 살고 싶은 조에게 사회는 결혼할 것을 요구하고, 조는 반박한다.

"여자들도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고, 아름다움 뿐 아니라 야망과 재능이 있다"고. 조는 자신과 자매들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며 이 말을 증명해낸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연출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집을 떠나 자신만의 인생을 꾸려가는 자매들 성장을 그려낸 것이다.

과거는 밝고 채도가 높은 색감, 현재는 그 반대로 그려졌다.

아름다운 과거 회상 장면은 마치 인상파 그림을 보는 것도 같다.

여성에 의한, 여성의 이야기…영화 '작은 아씨들'
거윅 감독은 "이 영화 스토리는 성인이 된 등장인물로부터 시작돼 그들의 유년시절 속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우리가 길을 걸을 때 늘 어린 시절의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현실을 영화에 담을 수 있었다.

인생 전체를 담을 수 있는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거윅 감독과 '레이디 버드'에서 함께 한 시어셔 로넌과 티모테 샬라메는 자신만의 색깔로 조와 로리를 완성해냈다.

플로렌스 퓨, 엠마 왓슨, 그리고 마치 가 엄마 마미를 연기한 로라 던, 대고모 메릴 스트리프까지 모두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인다.

시어셔 로넌은 제9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플로렌스 퓨는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라있다.

이밖에도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음악상까지 총 6개 후보로 지명됐다.

오는 12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