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 간장게장 주인공 꽃게…부채 모양 다리 한쌍, 수영에 최적화
보름게보단 그믐게가 더 실해…제 그림자에도 화들짝, 보름밤엔 야위어
산란기 앞둔 6월 제철…암컷은 노란 게알, 수컷은 집게다리 속살 '최고'
[알쏭달쏭 바다세상](49) 이것이 물에서 헤엄치면 큰바람이 불 징조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의 시 '스며드는 것'의 일부분이다.

밥도둑의 대명사 간장게장 재료인 꽃게는 절지동물 십각목(十脚目) 꽃게과 갑각류다.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양쪽에 각각 5개씩 있다.

화가 나면 앞뒤 안 가리고 들어 올리는 집게다리에는 크고 작은 이빨도 있어 물리면 크게 다친다.

걷는 다리 중 맨 끝에 있는 1쌍은 부채 모양으로 넓적해 헤엄에 적합하다.

자산어보에는 '큰놈은 지름이 두자 정도이며 뒷다리 끝이 넓어서 부채 같다.

보통 게는 잘 기어 다니나 헤엄을 치지 못하지만, 꽃게만은 헤엄을 잘 친다.

이것이 물에서 헤엄치면 큰바람이 불 징조다'라고 소개했다.

꽃게 암컷은 어두운 갈색 바탕에 등딱지 뒤쪽에 흰 무늬가 있고, 수컷은 초록빛을 띤 짙은 갈색이다.

낮에는 보통 모래펄 속에 숨어지내다가 밤이 되면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야행성이다.

[알쏭달쏭 바다세상](49) 이것이 물에서 헤엄치면 큰바람이 불 징조다
이런 습성에 따라 달이 밝은 보름 전후 꽃게는 먹이활동이 활발하지 못해 살이 덜 차고 맛도 떨어진다.

'보름 게'는 '그믐 게'보다 속살이 덜 차고 무게도 적고 값도 더 싸다고 하는데 게가 보름달 밝은 밤에 제 그림자에 놀라 야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맛있는 꽃게는 들어보면 크기에 비해 묵직하다는 느낌이 바로 온다.

6월에 잡은 꽃게가 맛있는 이유가 있다.

7∼8월 산란기를 앞둔 꽃게는 살이 오르고 게 뚜껑에 노란 알과 내장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산란기에 잡으면 더 맛있기는 하나 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로 지정돼 있다.

게장도 6월 암게로 담근 것을 최고로 친다.

알이 찬 암게를 간장에 일주일 이상 푹 삭혀서 밥에 비벼 먹어보면 '밥도둑'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알쏭달쏭 바다세상](49) 이것이 물에서 헤엄치면 큰바람이 불 징조다
꽃게를 뒤집어 보면 하얗고 단단한 꼭지가 배를 덮고 있다.

이를 속칭 '게 배꼽'이라고 한다.

암컷은 이 배꼽이 둥글고, 수컷은 모가 나 있다.

배꼽을 잡아 들면 '게알'로 불리는 노란 부위가 드러난다.

이를 해황(蟹黃) 또는 황고(黃膏)라 하는데 암게 가운데 가장 맛있는 부위다.

수컷의 가장 맛있는 부위는 집게다리 속살이다.

게나 새우 등 껍질에는 아스타산틴(astaxanthin)이라는 물질이 있다.

아스타산틴은 단백질과 결합해 있어 청·녹·자색 등 다양한 색을 나타낸다.

그런데 단백질과 아스타산틴 결합력은 그리 강하지 않아 70도 정도 열을 가하면 쉽게 끊어진다.

게나 새우를 삶으면 그 껍데기가 붉게 변하는 것은 아스타산틴이 단백질과 분리되면서 본래 색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알쏭달쏭 바다세상](49) 이것이 물에서 헤엄치면 큰바람이 불 징조다
게는 네 가지 선덕을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홍수가 닥치거나 가뭄이 발생하기에 앞서 이동한다는 예언력, 벼를 벨 무렵이면 이삭 두 개를 물어 저희네 어른들에게 바치는 충성, 어떤 짐승을 마주해도 집게다리를 쳐들고 대드는 그 용기, 마지막은 그 맛이다.

꽃게는 게장이든 탕이든 껍질 채 요리를 하는데 딱딱한 껍질 때문에 꽃게를 좋아하면서도 먹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게장은 사돈하고는 못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점잖게 먹기 힘든 음식으로 여기기도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