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로 변신 강레오 셰프

13개 작물 각지서 직접 재배
수라상 오른 '분원 배추' 되살리고
면역력 향상 '초록쌀' 출시 앞둬
"프리미엄 농산물 지속 발굴할 것"
농사 짓는 스타 셰프, '1개 10만원' 신품종 멜론 선보이다

“사실 저도 농부입니다. 식재료가 풍성해지면, 그만큼 요리도 다채로워질 거예요. 음식의 질(質)과 격(格)을 높이고 싶습니다.”

자신을 ‘농부’라고 지칭한 강레오 셰프(사진 오른쪽). 그는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의 조언을 따라 전국 161개 시·군을 모두 돌아다녔다. 그곳에서 각 분야의 농업 장인들을 만났다. 현장엔 아이디어가 있었다. 450여 농가와 인연을 맺으면서 농사를 직접 지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곡성, 분원, 공주 등 전국 각지에서 고구마, 배추, 멜론, 토마토 등 13개 작물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전국 산지에서 100여 개 작물을 키워볼 계획입니다.”

강레오의 실험적 농업

강 셰프가 농사에 직접 뛰어든 것은 식재료가 더 풍부해지면 좋겠다는 이유에서다. “재료의 다양성은 음식의 표현 방식을 다채롭게 해주거든요.” 이를 통해 먹거리 문화 자체를 새롭게 재편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그는 자신의 농부로서의 여정을 ‘실험적 농업’이라고 정의했다.

27년간 요리사로 살아온 강 셰프는 전국 161개 시·군을 돌면서 농사를 배웠다. “각 지역에서 농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분들을 찾아갑니다. 그분들과 소줏잔을 기울이며 대화하다 보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분원 배추’를 꼽았다. 분원 배추는 유기물이 풍부한 경기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땅에서 자라 아삭함과 달콤함이 남다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조선시대 임금 수라상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수도권 도시화가 빨라지면서 농가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강 셰프는 분원 배추의 스토리를 들은 뒤 지역 농가들과 협업해 배추 농사를 짓고 있다. 초록쌀도 농민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발굴한 아이템이다. 지금처럼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던 시절, 시골에선 추수 전에 먹을 게 없으면 벼를 일찍 수확해 먹었다. 알은 찼는데, 초록색을 띤 덜 여문 쌀이다. 그런데 성분을 분석해보니 초록쌀에서 항암 성분으로 알려진 베타글루칸이 다량 발견됐다. 강 셰프는 “초록쌀은 풍미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며 “올해 초록쌀을 재배해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레오라는 품종의 멜론 농사도 지어 개당 10만원에 팔고 있다. 멜론 장인과 협력해 개발한 신품종이다.

올해 출시를 앞둔 동이 장아찌는 멜론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발견한 상품이다. 순을 따는 시기를 놓치면 달걀 크기의 작은 멜론이 대롱대롱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달걀 크기의 멜론을 따서 먹어봤더니 그 맛이 기가 막혔다. 강 셰프는 이 달걀 크기 멜론으로 오이피클, 장아찌, 소박이를 만들어 판매할 작정이다. 이름도 동이라고 붙였다. 그는 “멜론 한 통 가격은 평균 5000~6000원, 시세가 안 좋을 땐 2500원까지 내려가기도 한다”며 “동이가 부가가치를 내면 농가에 새로운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탁이 있는 삶’에 합류한 강 셰프

강 셰프가 이토록 농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재료의 모든 스토리를 아는 사람은 그것을 길러 낸 농부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좋은 식재료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가장 확실한 무기인 셈이다.

그는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질 좋은 제품을 적정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생각으로 ‘식탁이 있는 삶’이란 회사에도 참여했다. 김재훈 대표가 이끌고 있는 이 회사는 프리미엄 농산물을 개발해 산지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직거래몰을 키우고 있다. 초당옥수수를 국내로 처음 들여와 히트시킨 것도 이 회사의 작품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동굴에서 숙성 및 저장해 시장에 출하하는 ‘동굴 속 호박고구마’도 이 회사가 유행시킨 상품이다. 경북 영덕 고구마를 인근 자연 동굴에서 약 60일간 숙성해 당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농민과 소비자 간에 접점을 확대하는 광범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미식의 나라로 꼽히는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모두 농업 강국입니다. 한국도 식문화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선 강소농 육성이 필수입니다.”

FARM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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