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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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명절이면 당일에만 시댁을 찾았던 A씨는 이번 설 연휴에 시어머니로부터 "앞으로는 전을 부치러 오라"는 급작스러운 명령을 받았다. 이유는 하나, 곧 결혼을 앞둔 시누이가 시집을 가면 전 부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이 같은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하며 "결혼할 때 남편보다 더 많은 돈을 모아 열심히 생활했고, 시댁의 도움은 일절 받지 않았다. 결혼 후에도 시어머니에게 매달 돈을 드렸다. 그러나 가부장적 사상은 누가 얼마의 돈을 기여했는지와는 상관 없는 것 같다. 여자면 무조건 종노릇 해야하는 게 이 한국 사회가 말하는 문화인 것인가"라며 하소연했다.

올 설 연휴에도 A씨는 바빴다. 자영업을 하는 탓에 그의 연휴는 남들보다 더 짧았다.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시댁으로 향했고, 가족들 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하고는 큰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나서 다시 시댁으로 와 시간을 보낸 A씨였다.

지칠대로 지친 와중에 시어머니는 A씨에게 "이제 우리 딸 시집가면 네가 와서 전 부치고 다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순간 입맛이 뚝 떨어진 A씨는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자 남편은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 않느냐"며 왜 자신에게 불평을 하냐고 신경질을 냈다.

그대로 남편과 냉전 상태에 돌입한 A씨는 혼란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이혼까지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능력있고, 남편에게 금전적으로 뒤쳐지지 않는다면 동등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만했던 것 같다. 가만히 있다가도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남편 말대로 설거지도 하지 말고, 용돈도 드리지 말고 아무 것도 하지 말길", "왜 자기 딸의 빈자리를 며느리가 채워야하는지", "왜 나한테 불평이냐고 하는 남편이 가장 문제인 듯", "돈을 떠나서 시어머니랑 서로 같이 돕는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나", "자영업하면 음식할 시간 없을텐데", "남편이랑 셋이 같이 하는 건 어떨지" 등의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설 연휴 기간 2044명(여성 1566명, 남성 488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은 얼마나 평등하다고 느꼈나'라고 묻는 질문에 성평등 명절 체감 점수는 평균 49.6점으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 성별에 따라 체감 정도의 차이가 컸다. 여성 평균 점수는 44.05점으로 50점 밑으로 내려간 반면 남성 평균점수는 이를 크게 웃도는 67.13점이었다.

'명절에 성평등을 전혀 경험할 수 없었다, 0점'이라는 응답은 129명(여성 127명, 남성 2명)이었으며, '이정도면 세상 좋아졌지, 성평등해 100점'이라는 답은 80명(여성 33명, 남성 47명)이었다.

성평등 사례 중 가장 많이 꼽힌 것은 명절 음식준비, 운전, 집안일 등을 나눠서 한 것(867명, 66.8%), 명절 방문 순서를 평등하게 했다(297명, 22.9%) 등이었다. 한 명절에 시가·처가를 정해서 가기, 명절 당일 아침에 시가에만 있던 관행을 바꿔본 사례 등도 꼽혔다.

응답자 중 78명은 명절 음식 준비를 간소화하고 집에서 밥을 해먹는 대신 외식을 하는 것도 성평등 명절 문화로 언급하기도 했다. 또 외식을 하고 여행을 가는 등 기존 명절 관습에서 탈피해 즐겁게 새로운 명절을 만든 것도 사례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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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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