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작가가 뮤지컬 ‘호프’의 집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강남 작가가 뮤지컬 ‘호프’의 집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뮤지컬 ‘호프’가 지난 20일 열린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최고 영예인 대상을 비롯해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 여우주연상 등 8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1월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초연이 끝난 지 2개월 만에 재공연돼 93%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올해 11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다시 오른다.

이 작품의 흥행 요인으로 많은 관객과 전문가들이 탄탄하고 참신한 대본을 꼽는다. ‘호프’는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소유권을 둘러싸고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30여 년의 소송을 벌인 에바 호프의 이야기를 그린다. 관객들은 “대본의 흡입력이 굉장하다” “섬세하고 깊이 있으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는 후기를 남겼다. 이 작품으로 극본상을 받은 강남 작가(34)는 “2010년 우연히 들었던 실화를 7년 만에 떠올리며 집필했는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뮤지컬 대본은 처음 썼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사랑을 받아 정말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단국대 공연예술학과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한 그는 극단 ‘서울공장’에서 연출가로 활동했다. 연극 ‘사거리’ ‘광대’ ‘고백’ 등의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했다. 뮤지컬에선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의 조연출을 맡았다. “뮤지컬 현장이 정말 재밌어서 창작 대본을 직접 써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연극과는 달라 쉽게 시도하지 못하다가 관련 교육 과정이 있다는 걸 알고는 바로 도전했습니다.”

강 작가는 ‘아르코 한예종 뮤지컬 창작아카데미’에서 김효은 작곡가와 함께 ‘호프’를 구상했다. 그는 실화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 치중하지 않았다. 원고를 끝내 놓지 않았던 호프의 의지와 고독을 파고들었다. 원고가 어떤 존재이길래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켜져 왔는지, 호프는 이 원고 때문에 어떤 일을 겪어야 했는지를 정교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그러던 중 독특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원고를 의인화해 ‘K’라는 캐릭터로 만든 것이다. K는 호프를 유일하게 위로해 주는 존재이자 그의 또 다른 자아가 된다. “호프에게 누군가 육성으로 ‘넌 충분히 잘 살아냈다’고 응원하고 위로해 주는 캐릭터가 있었으면 했어요. 호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인물보다 그를 처음부터 지켜본 원고가 이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강 작가가 쓴 뮤지컬 ‘노웨어’도 독특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CJ문화재단의 ‘2019 스테이지업 리딩공연’에 선정돼 호평받았다. 이야기는 20세기 초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일상을 사는 마을 노웨어에 ‘그녀’가 찾아오며 시작된다. 전통에서 벗어난 ‘그녀’의 옷을 통해 마을 사람들은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아간다. 이 작품은 보완 과정을 거쳐 정식 공연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아직 제가 어떤 성향의 작가인지 저조차도 알 수 없을 만큼 경험이 적은 신인입니다. 저만의 색깔을 잘 찾아가면서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