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2월 1일…"특수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성행"

이맘때가 되면 제주지역 대형마트와 가전제품 판매점은 너나 할 것 없이 '신구간 세일'이라는 현수막을 내건다.

1만8천 신들이 자리 비운 사이 제주는 '이사전쟁'

이 기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이곳저곳에 내걸린 '신구간 세일'이라는 문구에 궁금증이 생긴다.

◇ 신들이 임무를 교대하는 '신구간'
신구간(新舊間)은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의 줄임말로 제주를 대표하는 오랜 풍습이다.

제주는 '신들의 고향'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토속신이 있는데 그 수가 1만8천여에 이를 정도다.

생명의 신 '삼승할망, 사랑과 농경의 신 '자청비', 농경의 여신 '백주또', 대문을 지키는 '문전신', 장독대의 장맛을 좋게 만드는 '철륭신', 집안 지킴이 '성주신'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이 집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다.

신구간은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 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기간이다.

신들은 이 기간 옥황상제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을 보고하고 새로운 업무를 부여 받는다.

제주는 신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이 기간에 이사하거나 집수리를 해도 동티(신의 성냄으로 인한 재앙)가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신구간은 24절기의 하나인 대한(大寒) 이후 5일째부터 입춘(立春) 전 3일까지다.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다.

올해는 설 연휴(24∼27일) 기간이 겹쳐 사실상 신구간 기간이 짧아졌다.

하늘로 올라간 신들은 입춘을 전후해 지상에 다시 내려오는데 제주 사람들은 입춘굿을 성대히 열어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다.

신구간은 묵은해를 마무리하고 정리함과 동시에 새해 농사를 시작하는 입춘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1만8천 신들이 자리 비운 사이 제주는 '이사전쟁'

◇ 그래도 신구간…이사 시즌 '활짝'
과거 제주도민은 신구간만 되면 기다렸다는 듯 이삿짐을 꾸렸다.

이사를 나가는 사람은 짐만 챙겨 대충 정리만 한 뒤 얼른 사라지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소금이나 팥을 뿌려 잡귀를 쫓고 집을 깨끗이 정리하고 나서 살림을 시작했다.

신구간 기간 중 특별히 좋은 날을 잡아 먼저 솥과 불·쌀·요강을 순서대로 들이고, 나중에 가족은 물론 친척과 친구들을 모두 동원해 나머지 이삿짐을 한꺼번에 옮겼다.

일주일 남짓한 기간 이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삿짐센터나 개인 용달차 등 관련 업계는 특수를 누렸다.

심지어 일부 다른 지역 이사 업체까지 신구간에 맞춰 내려와 '반짝 장사'를 하고 갈 정도였다.

이 때문에 신구간 때만 되면 평상시 요금보다 2∼3배나 비싼 웃돈을 요구하는 '바가지'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1년 치 집값을 한 번에 내는 사글세가 제주에서 유독 성행한 것도 신구간 때문이다.

사글세로 신구간에 입주해 1년 후 재계약을 하거나 신구간에 맞춰 다시 이사를 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최근 들어 1인 가구 증가 등 주거 형태가 변하고 이주민이 많아지면서 예전 같은 신구간 특수를 찾아보긴 힘들지만, 여전히 다수의 도민이 다른 날보다 신구간에 맞춰 이사를 가고 있다.

제주지역 한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신구간 특수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신구간이면 이사 관련 문의나 실제 이사를 가는 도민이 많다"고 말했다.

1만8천 신들이 자리 비운 사이 제주는 '이사전쟁'

◇ 지자체도 신구간 지원
지자체도 신구간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제주시는 신구간에 폐가구와 폐가전제품 등 대형 폐기물 배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오는 31일까지 재사용이 가능한 폐가구와 폐가전, 의류 등 재사용 가능 물품을 기증받기로 했다.

수선을 거친 물품은 오는 2월 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제주종합경기장 야구장 동쪽에서 열리는 신구간 중고물품 나눔 장터를 통해 판매된다.

장터에서는 1일 1점에 한해 구매 가능하며, 판매수익금은 불우시설에 기부한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신구간을 맞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리기구와 가스용기 탈·부착 부주의로 인한 가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사 철 가스 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안전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dragon.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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