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대화할 때 '라떼(나 때)는 말이야' 자제하세요
"라떼(나 때)는 말이야. 제사 전 날 미리 도착해서 전 부치고, 제사상 낼 준비하고, 청소하고 힘들었는데 요즘 젊은 애들은 자기밖에 모른다니까."

'라떼(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은 요즘 기성세대를 비꼬는 유행어다. 명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볼 만한 말이다. 윤제연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가족 구성원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들어 이를 표현하려 했던 말이 오히려 채근당하는 느낌을 줘 일시적으로는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말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취업준비생인 조카들에게 시험 준비를 묻고 취업한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은 삼가야 한다고 했다. "시험 준비는 잘 되어가니. 옆 집 현수는 대기업에 합격해 친구들하고 여행 갔던데. 공무원 시험만 고집하지 말고 부모님도 나이 들어가시는데 작은 회사라도 취업해서 독립해야지"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황혼 육아에 지친 시부모들도 워킹맘인 며느리에게 말할 때 조심해야 한다. "이제 회사도 어느 정도 다녔고 애들도 지금 시기에 엄마가 옆에 더 있어줘야 하니 이제는 그냥 회사 그만두는 건 어떠니" 같은 말은 갈등만 일으킬 위험이 높다.

부모님이 결혼안 한 자녀에게 "아빠‧엄마 소원은 네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거야. 올해부터는 눈을 좀 낮춰서 같이 살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봐"라고 말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더하는 표현이다.

윤 교수는 "명절에 가족끼리 모인 자리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멘트"라며 "부모와 자식 간, 친척 사이에서 다 같이 모여서 안부도 묻고 좋은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로 존재하는 명절이 언제부터인가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헐뜯는 각축장이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이런 말 대신 칭찬하고, 긍정적인 메시지의 대화를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 "너희들이 잘 자라준 게 나한테는 제일 큰 행복이야", "힘든 시기에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보니 기특하고 다 잘 될 거야"와 같은 표현으로 위로하는 것도 좋다.

윤 교수는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려는 가족 구성원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격려하는 대화가 필요하다"며 "가족 간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감정적으로 지지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가족 구성원이 서로 힘과 격려를 받고 명절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